[송국건정치칼럼] 김종인, 1년 내에 '자세 갖춘 정당' 만들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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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5   |  발행일 2020-05-25 제26면   |  수정 2020-05-25
적임자 논란 일었던 김종인
재보선 공천권 보장받으며
스스로 안은 보수회생 책임
전임 비대위원장 못한 혁신
큰 선거도 없는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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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지난 4월27일자 칼럼 '김종인은 보수를 살릴 수 있을까'에서 미래통합당에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는 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는 글을 썼다. 이유는 모두 네 가지였다. 첫째, 좌우를 오가는 잦은 당적 이동으로 비례대표(전국구) 국회의원만 5차례 지낸 전력이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계열과 통합당 계열의 비대위를 번갈아 맡을 때마다 여러 가지 요구를 했던 자기 욕심이다. 셋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요청을 수락하는 과정에서 태영호 당선자 등과 충돌한 것처럼 가는 곳마다 분란을 일으키는 자기 고집이다. 넷째, 총괄선대위원장으로 4·15 총선을 이끌어놓고 참패하자 "자세도 못 갖춘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해 매우 송구하다"고 말한 자기책임회피다. 이런 이유를 들어 '보수의 과제가 김종인식 정치의 극복일지도 모를 일'이라고 썼다. 결론적으론 '과연 김종인이 보수 회생의 적임자인지 반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새로 대표권한대행을 맡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워크숍에서 당선자들의 뜻을 물었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 카드를 밀어붙였다. 21대 국회에 진출하게 된 84명의 당선자들이야 김종인의 그런 결격사유가 눈에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 동료들이 퇴장당하고 당이 쪼그라들었지만 자기들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에서 금배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승리감에 취해서인지 김종인이 요구한 내년 4월7일 국회의원 및 자치단체장 재보궐선거까지 임기를 보장해줬다. 사실상 선출되지 않은 당 대표로서의 지위를 준 셈이다. 또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할 인물을 고르는 공천권까지 넘겼다.

만일 당락을 떠나 253개 선거구에 나갔던 모든 후보자들에게 물었어도 김종인 카드를 선택했을까. 나아가 1년 임기를 주고 공천권까지 덤으로 줬을까. 김종인은 4년 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선거를 이끈 '적장'(敵將)이었다. 그때 보수정당은 180석까지도 자신했지만 결과적으론 민주당에 한 석 뒤져 1당 자리를 내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조기 대통령선거 패배, 지방선거 참패, 21대 총선 궤멸적 패배의 신호탄이었다. 20대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실패한 통합당 계열 사람들에게 지금의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는 어떻게 비칠까. 통합당은 앞으로도 금배지 달지 못한 원외 인사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생략하고 84명의 현역(미래한국당과 합치면 103명) 생각만으로 당을 이끌 건가.

사실 현 상태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어떤 혁신을 이끌어낼지도 의문이다. 이미 통합당 계열은 2011년 12월 박근혜 비대위 이후에도 2014년 5월 이완구 비대위, 2016년 6월 김희옥 비대위, 2016년 12월 인명진 비대위, 2018년 7월 김병준 비대위를 꾸린 바 있다. 어느 비대위라고 혁신을 추진하지 않았을까. 구성원들이 모두 만족하고 국민들이 환호할 혁신 방안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같은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있으면 공천개혁을 통한 인적혁신이라도 하지만 2022년 대통령선거 전엔 인적쇄신을 할 대상도 아예 없다. 기껏해야 원외 당협위원장 교체 정도가 될 텐데, 모두 만족하고 국민이 환호할까. 오히려 기존 당협위원장의 반발로 분란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비대위원장 김종인은 총괄선대위원장 김종인이 기간이 짧았다는 이유로 하지 못했던 '자세를 갖춘 정당'을 1년 사이엔 만들 수 있을까.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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