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위기에서 국민건강보험의 큰 역할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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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6 07:51  |  수정 2020-05-26 07:57  |  발행일 2020-05-26 제17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했던 것은
낮은 병원비 부담 등 열린 의료환경
든든하게 자리잡은 건보제도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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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장·경북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전문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의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한국은 코로나19 관리의 세계 모범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날로 확산되는 추세지만, 한국만은 예외적으로 해외입국자 전면금지 등과 같은 강력한 통제 없이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연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시 유행이 될 우려가 있지만 열심히 대처하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 정부의 신속한 정책 결정과 적극적 대응, 선진 의료체계와 의료계의 헌신,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등을 코로나19 극복 성과의 배경으로 손꼽았다. 이렇게 보건당국의 적극적 대응이 가능했던 바탕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병원비 부담이 매우 낮게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치료비 부담과 높은 의료 접근성은 조기 진단을 받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가능하고, 더불어 조기 치료가 가능했다. 한국의 코로나19 검사비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상기도 및 하기도 검사를 같이하면 16만원, 상기도만 하면 10만원 내외다. 치료비는 중등도 환자는 약 1천만원이며, 이 중에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본인부담금은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와 연관된 부분은 '0'원이다. 건강보험에서 80%를 부담하고, 나머지 20%를 국가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가능한 금액이다. 다만 기본적으로는 정부 기준에 따라 진단검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다.

반면 미국은 코로나19 평균 치료비는 4천3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민간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전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결국 한국의 건강보험은 감염병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진료 받을 수 있는 열린 의료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감염병 발생 대처 방안과 정책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기존 의료체계 붕괴를 방지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면 일선 의료기관은 환자 수의 급격한 감소로 경영난에 빠져 정상 기능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의료 인프라 전체가 무너지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감소시키고자 건강보험은 '건강보험 급여비 조기지급 특례 시행'으로 지급일을 단축하고, 긴급자금이 필요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진료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일정 수준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하는 선지급 제도를 통해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재난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힘든 건 의료기관만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고강도 예방수칙으로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폐업 위기에 몰리고, 기업의 경제적 피해도 컸다. 건강보험공단은 1천160만명에 달하는 이런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최근 특별재난지역은 하위 50%, 그 외 전국 모든 지역은 하위 40%에 대해 3개월간 건강보험료 30~50%를 경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큰 도움이 되는 조치로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의료진의 노력, 지자체와 정부의 노력, 시민의 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 동참이 이뤄낸 성과다. 이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의 튼튼함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큰 역할에 감사를 보낸다. 1963년 의료법이 제정된 후 2000년 7월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 사회보험 방식의 단일 보험자 체계를 갖춘 국민건강보험은 올해 통합 20주년이다. 이번 코로나19의 경험으로 더 소중한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의 역할을 지지하고 우리 의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더 잘하도록 지지하고 발전하도록 응원하면 좋겠다.

김신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장·경북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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