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물건 사고팔며 경제관념 길러"…장터 수익금으론 나눔 실천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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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7   |  발행일 2020-05-27 제12면   |  수정 2020-05-27
■ 비나리공원서 4년째 '혁신 아나바다 장터' 운영 김지영씨
주민과 뜻모아 봉사단도 조직
장터 열 때마다 80~120팀 참여
수익금으로 '사랑의 연탄' 나눠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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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나바다 장터의 수익금으로 연탄 봉사를 하고 있는 김지영씨와 아들 현빈군(새론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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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 장난감을 팔러 나온 아이들이 가격 흥정하는 장면을 보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이들이 '내가 가지고 놀아봐서 아는데…'라며 장난감의 성능을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더욱 풍성한 장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동구 각산동 비나리공원에서 4년째 혁신 아나바다 장터를 이끌고 있는 김지영씨(42)는 직장인이자 새론봉사단원이며 낚시광이다. 아들 현빈군(새론중 3)과 함께 장터에서 즐기고, 때로는 신나게 연탄을 나르며 봉사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2020년 <사>대구시민센터 마을나눔터 '대구마을와락(樂)' 사업과 마을와락 커뮤니티 디자인단원이기도 한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게 산다.

주민 몇몇과 뜻을 모아 2015년 6월 새론봉사단을 조직하고 인근 지역에서 환경정화 활동과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김씨는 대구혁신도시가 조성되고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초기 새로 이주해 온 주민은 이웃이라는 말이 어색할 만큼 삭막한 동네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런 환경에서 주민을 위한 봉사활동을 고민하다 2017년 6월 혁신 아나바다 장터를 시작했다.

김씨는 시간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기는 하지만 엄연히 직장인이다. 정기적인 장터 운영에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늘 바쁘다.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운영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사실 장터에서 큰돈을 벌어보겠다고 나오는 이들은 없다. 자신의 소중한 장난감을 들고나온 어린이는 어떻게든 비싸게 팔아서 용돈 주머니를 채우고 싶겠지만 만만치 않다.

아나바다 장터는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경제 관념은 물론 환경을 생각하고 나눔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 재사용과 나눔을 실천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자원 재활용의 의미가 있는 아나바다 장터는 청소년에게는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교실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아나바다 장터는 열리지만 혁신 아나바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규모가 매우 크다. 개최 때마다 참가자 수가 들쑥날쑥하지만 적게는 80팀, 많게는 120팀 이상이 참여한다. 어른도 많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가족이 팀을 만들어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무료 참여할 수 있고, 일반인도 참가비가 3천원으로 저렴하다.

장터 참가비 외 운영위원회에서 음료 판매로 얻는 수익금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엔 다섯 차례 장터를 열어 70여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김씨는 장터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전액 기부를 목적으로 했다. 수익금은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사단법인)을 통해 연탄을 구입하고, 새론봉사단과 함께 반야월(안심)지역 취약계층에 나눔 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익을 목적으로 장터를 계획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순수 봉사활동의 일원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김씨는 "혁신 아나바다 장터는 대구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주 주민의 터전에서 열리는 주민 장터다. 인근 공공기관의 지원과 기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 아나바다 장터는 혁신도시에서 4~10월 매달 셋째 토요일 한 차례 열린다. 올해 당초 계획은 4월18일~10월17일 5회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이 연기됐다. 혁신 아나바다는 올해 2년째 '대구마을와락(樂)'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씨는 "김호회 총무와 권은미·이난희·서정림·김중연·김지혜·김은영 운영위원의 헌신적 봉사 정신이 합쳐진 장터이기에 힘이 난다"며 "나눠 쓰고, 다시 쓰고, 바꿔 쓰기를 테마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주민 간 장터를 아이들에게 경제적 학습의 문화공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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