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지도체제로 '김종인 비대위'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대구경북(TK) 정치권에도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지도부의 개혁 드라이브와 보수 지지층이 두터운 지역 민심 사이에서 TK 정치권은 유연하고 실용적인 행보를 요구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날 취임 일성으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함에 따라 통합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TK 정치권이 가장 센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처럼 '친박(친박근혜)계'라는 공통분모가 있을 때는 민감한 외부 자극에 한 방향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21대에선 '각개약진'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대구 정치권 관계자는 "TK 3선과 재선 그룹 중에서 자기 주장을 먼저 개진해 동료 의원들을 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스타일이 없기 때문에 초선 당선자들을 포함한 TK 정치권은 김종인 비대위와 다양한 각도에서 자율적으로 관계를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간 '작은 정부론'에 입각해 문재인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을 비판해온 추경호(대구 달성)·송언석 의원(김천) 등은 새로운 체제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찌감치 "경제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강조한 김 비대위원장이 '좌 클릭' 경제 정책들을 기치로 내걸고 당 쇄신을 시도하게 되면 두 의원의 노선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추경호·송언석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TK 경제통이지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선 방향을 달리해 문재인정부를 견제하든지 아니면 겉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선 당선자들은 역대 국회에 비해 계파나 선수에 따른 구속을 덜 받는 상황에서 유연한 자세로 변화 흐름에 가세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북 당선자 측 관계자는 "가뜩이나 TK 정치권에 대한 주위 시선이 안 좋은데, 일단은 김종인 비대위의 당 개혁 노력을 적극 지지할 방침"이라면서 "6개월 지나 연말쯤에는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여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그 때 가서 입장을 재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 정서가 강한 지역 사정 때문에 비대위의 새로운 노선에 '주춤'하는 의원들도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경북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매번 '부정평가'가 전국 최고인 지역 정서를 고려하면, 지역 의원들이 김 위원장이 제시할 좌 클릭 정책들을 지역 정서에 접목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기존 보수 노선에서 벗어나 '좌 클릭'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주장해온 '따뜻한 보수'가 각광받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 의원과 가까운 김희국 당선자(군위-의성-청송-영덕)는 지난 22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우리는 따뜻한 마음이나 실존적 삶에 대한 동정심보다는 얼음처럼 차가운 법리나 현학에 가까운 원칙, 그리고 공공성·사회성·평등성보다는 경제성을 우선하지 않았나"라고 반성하면서 '따뜻한 보수론'를 다시 띄운 바 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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