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21대 국회 대처법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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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30   |  발행일 2020-05-30 제23면   |  수정 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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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묵 정치평론가

오늘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했다. 앞으로 4년간은 거여(巨與)의 시간이다. 국회 의석은 완전히 기울어져 있다. 더불어민주당만 177석이다. '강성 민주당'격인 열린민주당이 3석이다. 작년 4+1 체제 구성원이던 정의당도 6석이다.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2명)까지 있다. '범여'라고 부르면 188석이다. "헌법 개정만 빼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당장 1988년부터 유지해온 국회 상임위원장 '야당 배려'부터 삐걱거린다. 민주당은 법사위·예결위를 내놓으라며 "아니면 18개 상임위를 다 차지하겠다"고 한다. 원래 상임위원장 선출은 본회의 표결로 이뤄지니 단순한 엄포 이상으로 들린다.

상임위원장 18명을 배출해도 모든 상임위에서 여당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180석의 위력이다. '합의 안되면 표결'이란 대원칙 앞에 103석의 미래통합당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의회주의의 오래된 원칙과 관행은 '다수결'이다. 특히 통합당은 이 가치를 소중히 여겨 왔다. 과거 야당이 몸싸움으로 의석 불리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이제는 그 카드도 꺼내들 수 없다. '국회 선진화법'도 있지만 작년 연동형 선거제와 공수처 투쟁 때 통합당은 '실력 저지'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 상흔도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협상의 기술'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런 이름의 자기 책에서 권한 책략이 있다. "크게 생각하라"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언론을 이용하라"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등이 눈에 들어온다. '신념'은 통합당의 가치고, '시장조사'는 곧 국민 여론이다.

국회 안에서 거여 민주당을 이길 수는 없다. 문제는 '지는' 과정이다. '국민 다수'가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큰 이슈를 잡아서 '파이팅 넘치게' 싸우면 된다. 협상도 하고, 때론 실력 저지도 하고, 밀리면 두 번 세 번 시도하고, 그것도 안 되면 국회 밖에서 국민에 직접 호소하는 것이다. 기자 간담회도 수시로 열고, SNS도 각자 열심히 해야 한다. 현실정치 공부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 의석이 부족하니 다른 방식으로라도 도와 달라고 진정성 있게 국민 속으로 다가서야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후회없이 지는' 것이다.

관찰자인 필자에게 통합당과 민주당의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끈기'다. 여야 대결 과정에서 통합당이 맥없이 무너지는 경우는 언제부턴가 일상이 됐다. 소속 의원들의 열의도 민주당과 비교하면 떨어진다. 통합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은 이런 '축적의 과정'에서 비롯됐다. 반전 계기를 잡으려면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두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큰 그림'이 시원찮으면 작은 그림을 아무리 많이 그려봤자 소용없다. 김·주 두 사람의 노력만으로 통합당이 갑자기 달라지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발로 뛰는 시장조사'다. 마침 새 지도부가 여의도연구원의 발전적 해체를 검토한다고 한다. 변화의 포인트는 '발로 뛰는'데 있다. 원칙과 가치보다 실물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다. 정치분석의 요체는 '선거 때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이다.

선장이 방향을 잘 잡아도 선원들이 각자 역할을 못하면 배는 침몰하게 마련이다. 통합호(號)의 선원 중엔 금수저·은수저들이 많다. 요령만 익히면 항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손에 흙을 묻히고 '장렬하게 패배할 때' 통합당에 희망이 생긴다.
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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