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물의 덕목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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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1   |  발행일 2020-06-01 제27면   |  수정 2020-06-01

어제(5월31일)는 '바다의 날'이었다. 21세기 해양시대, 세계 해양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1996년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통일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곳이 바다다. 인류에게 다양한 동물성·식물성 먹거리를 제공하며 기후 변화에도 관여한다. 바닷물은 소금이 들어 있어서 짜지만 바다생물들은 적응했다. 이에 반해 육지의 물은 소금 성분이 없는 민물이다. 강과 내(川)가 없다면 육지의 동식물들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짠물이든 민물이든 물은 흙·공기와 함께 이 지구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이 생태계에 만약 물이 없다면 천태만상의 동식물들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물의 분자식은 H2O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소 분자 두 개와 산소 하나로 이뤄진 이 단순해 보이는 물질은 아주 대단한 힘을 지녔다.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예부터 선인들은 신기하게도 이 물의 여러 가지 덕목을 파악하고 있었다. 중국의 사상가 노자는 '물에 여섯 덕목이 있다(水有六德)'고 했다.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 바위도 뚫어내는 인내와 끈기, 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력, 흐르고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가 물이 지닌 여섯 가지 덕목이라는 것. 세밀한 관찰의 결과다.

'물, 너는 맛도 없고 빛깔도 향기도 없다. 너는 정의(定義)할 수가 없다. 너는 알지 못하는 채 맛보는 물건이다. 너는 생명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가 '인간의 대지'에 표현한 물에 대한 규정이다. 대문장가 헤르만 헤세는 '물에서 배워라. 물은 생명의 소리, 존재하는 것의 소리, 영원히 생성하는 것의 소리다'라고 싯다르타에서 읊었다. 재미있는 물 관련 속담도 있다. '물과 민중은 억제할 수 없다'(이탈리아), '시부모는 멀리 있는 것이 좋고 물과 연료는 가까이 있는 것이 좋다'(몽골)고 했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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