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21대 국회와 함께 시동 건 2차 적폐몰이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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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1   |  발행일 2020-06-01 제26면   |  수정 2020-06-01
대선 승리로 적폐청산 시작
총선 압승으로 새 적폐선정
전두환·박정희 시대로 확장
보수적폐 수사한 검찰까지
주류사회 전면교체 본격화
서울본부장

2017년 5월10일 조기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문재인정권은 대대적인 '적폐몰이'를 했다. 각 행정부처는 물론이고 검찰과 법원, 국정원에도 적폐청산TF를 만들어 반대파 색출 작업을 벌이며 역사를 고쳐 썼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적폐'로 낙인찍힌 수많은 사람이 구속됐다. 당시 과거청산을 한다면서 노무현·김대중 시대는 건들지 않았으니 사실상 보수청산이었다. 2020년 4월15일 총선에서 영남을 제외하고 완벽한 승리를 거둔 집권세력은 2차 적폐몰이에 나설 태세다. 21대 국회 임기 개시일(5월30일)을 앞두고 청산할 '적폐'를 이미 제시했는데, 1차 몰이에 비해 '적폐'의 범위를 시간적·공간적으로 훨씬 넓게 잡았다. 시간적으론 김대중·노무현시대는 또 건너뛰고 바로 노태우·전두환, 멀리는 박정희 시대까지 겨냥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이수진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직전 "친일파 무덤을 국립현충원에서 파묘하자" "21대 국회에서 친일파 파묘법을 만들겠다"고 섬뜩한 말을 했다. 친일파 범주를 어떻게 설정할지 모르겠지만 만주군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대상이란 의미로 들린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중국 문화대혁명이나 조선시대 사화 때 했던 반인륜적 부관참시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슷한 시점에 민주당 최고위원 설훈은 전두환정권 말기에 발생한 1987년 미얀마 안다만해 상공에서의 KAL기 폭발사건 재조사를 주장했다. 노태우 후보가 출마한 대선을 앞두고 안전기획부가 벌인 자작극 아니냐는 음모론을 또 꺼냈다. 이 사건은 북한 공작원 김현희 등에 의한 테러로 판명됐고,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재조사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이 10년 동안 나라를 장악한 시기에 이뤄진 조사임에도 설훈은 "전두환·노태우 잔존세력의 방해로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집권세력이 4·15 총선을 전후해 적폐몰이 대상을 공간적으로 크게 넓힌 점도 주목된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인물들이 국회에 입성하자 그를 수사했던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사실상 적폐몰이의 대상이 됐다. 최순실 특검의 수사팀장을 지냈고, 문재인정권 초기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보수정권을 겨냥한 적폐수사를 지휘했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대들자 퇴출을 시도하고 있다.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적폐에 포함해 압박 중이다. 최근 느닷없이 한명숙 전 총리 뇌물사건의 공수처 재조사 얘기가 범여권에서 광범위하게 나왔는데, 이 역시 윤석열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한명숙 사건을 수사해 2년 실형을 살게 한 검사 중 일부가 윤석열과 가까운 검사장 승진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크고 힘세고 똘똘 뭉친 여당과 작고 나약하고 뿔뿔이 흩어진 야당이 공존할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갚아 주겠다'라고 공언한 검찰 기소자 여당 국회의원도 입성했다. 그 세력에서 2차 적폐몰이가 시작됐다. 임기 중반을 맞은 문재인 정권의 위세는 여전하고,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까지 가졌다. 법원권력은 이미 장악했고, 협공을 당하는 검찰의 수사의지도 무디어졌다. 1차보다 더 매섭게 닥칠 2차 적폐몰이의 단기 효과는 윤미향 사태 물타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 목표는 개헌 등을 통한 대한민국 주류사회 전면 교체가 아닐까.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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