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도권 규제 완화 '대화가 필요해'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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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2 07:29  |  수정 2020-06-02 07:33  |  발행일 2020-06-02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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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기자〈서울취재본부〉

리쇼어링은 환상이다. 정부가 리쇼어링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와중에 구미 사업장의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옮기겠다고 한 LG전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LG전자의 선택은 글로벌 TV 시장의 격화된 경쟁 속에서 인건비와 물류비 등을 아껴야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주 사드배치 반대의 경우 당랑거철의 용기였다. 미중 패권 전쟁의 결과인 사드 배치를 지역 군단위에서 막을 수 있다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덕분에 정부가 공언했던 성주 사드 보상 문제는 물건너갔다.

성주 사드 배치를 미중 패권 전쟁에 지역이 희생됐다는 논리로 해석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지난 30년간 미국으로부터 첨단 무기를 사들이면서도 중국 시장에 올인해 GDP 3만 달러를 이룩한 게 우리나라다. 지역 발전에도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막아야 대기업이 지역에 투자할 것이란 생각은 환상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해외로 간다. 해외로 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수도권에서 물류비용 등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생존이 달린 탓이다.

이 와중에 무조건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는 기업들을 향해 죽으란 얘기다. 기업들의 지역 혐오가 커지는 주된 이유다. 오히려 수도권 기업·정부 등과 머리를 맞대고 절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기업 투자 유치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면 서로를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게 되면 해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쩌면 수도권 규제 완화 찬성의 반대급부로 지역 기업의 수도권 진출을 지원해 달라거나, 대규모 정부 정책자금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를 수도권 기업들과의 대화 명분으로 활용하면 여러 선택지가 나올 수 있다. 성주 사드 배치 역시 성주군이 유리한 위치에서 중앙정부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지역 고립과 혐오만 부추길 뿐이다.
구경모기자〈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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