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출산이 아니라 출생이다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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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2   |  발행일 2020-06-03 제25면   |  수정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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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30년내 소멸할 우리나라 지자체 10곳' 중 경북에서는 의성을 비롯하여 군위, 영양, 청송, 봉화, 영덕 등 무려 6곳이 나 포함됐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각 지자체는 출산장려금지급, 임산부지원정책, 육아종합지원센타 건립등 각종 출산장려정책을 쏟아내면서 인구수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의성에서는 경북도 예산 1743억원을 지원받아 '이웃사촌 청년시범마을 조성사업'을 통해 저출생극복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상북도의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경북도의 저출산고령화 정책과 예산을 점검하는 한편 정책연구회를 만들어 지난 2 월 '경상북도 인구구조 변화' 에 대한 용역을 의뢰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중간보고가 며칠전에 있었는데, 인구유출이 생각보다 심각하였다. 현재 266만 6천명인 경상북도의 인구는 2040년에는 250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평균연령은 2019년 기준 43.8세로 전국에서 전남(44.3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노령화지수 역시 170.8로 전국 평균인 119.4보다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전남(185.6)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합계출산율은 1.09명으로 전국평균보다 높으나, 자연증가율이 -2.7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인구이동의 변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순이동자수는 2019년 기준 전입보다 전출이 4571명이 많았는데, 20~29세 연령대의 유출이 유독 많았다. 그 중에서도 2005년 이후 여성인구 유출이 남성인구 유출에 비해 훨씬 많았다. 즉 20~29세 순이동자수 -9,922명중 남성이 -4,225명, 여성이 -5,697명이었다.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이 경북을 떠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 지역의 보수적 성향이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쉽게 짐작이 간다. 며칠전 지역의 한 행사에 참석후 환담을 나누던중 나이가 많지도 않은 50대 모씨가 "여자들이 결혼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라 며 "요즘은 다른 게 효도가 아니다. 그냥 결혼하고 애 낳는 것이 효도다" 라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아직도 여성에 대한 인식이 이러할진대, 경북 여성의 앞날이 캄캄할뿐이다. 


20대 여성 유출이 많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과 얘기를 나눠본 결과 대체로 두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하나는 경북의 보수적인 분위기, 즉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반감이며, 또 하나는 경상북도에 젊은 여성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관·가족관에 대한 철학, 정서에 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비혼과 미혼 또는 무자녀에 대해 훈계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다양한 가족문화에 대한 이해 및 지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 생애 첫 일자리 제공 정책등에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청년정책 보완도 필요할 것이다. 얼마전까지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저출산 고령화'라는 용어도 이제 '저출생 고령화'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저출산이 출산 즉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저출생은 출생 즉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출산이 아니고 출생이라고, 출생!" 자꾸 아이를 낳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며, 젊은이들이 떠나가지 않는 경북, 일자리가 넘치는 경북을 만들어 20대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분권·자치분권 시대다. 우리 경북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우리 경북도에서 책임진다는 자세로 더욱 적극적인 정책을 실시하기를 바란다. 다시 뛰는 경북, 300만 경북도민의 인구회복을 위하여.
김영선<경상북도의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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