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북한의 핵전쟁 억제력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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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3   |  발행일 2020-06-03 제27면   |  수정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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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지난달 24일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 주재 하에 제7기 제4차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당이 군을 지배하는 북한 체제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군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동시에 명령 기관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연말 개최 이후 5개월 만이다. 김정은이 코로나19 비상시국에 굳이 이런 회의를 열어 '핵전쟁 억제력 강화' '전략무기 격동상태 유지' 운운한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북한이 '핵전쟁 억제력'이라고 표현한 의도에 주목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과연 누가 북한에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가.미국인가. 중국인가. 그런데 북한은 미국의 핵 공격을 상정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실상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한이 저지른 푸에블로호 납치, EC-121 미 정보기 격추, 판문점 도끼만행 등 각종 대미 도발에도 미국은 단 한 번도 북한을 공격한 일이 없다. 결국 북한은 자신들의 핵 개발을 정당화시키려고 미국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개발한 것은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 등 미국의 핵 공격 위협에 대비한 자위적인 조치라고 강변해왔다.

또한 북한은 지난 연말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협상 시한을 넘긴 직후 미국을 향해 "지금부터 충격적인 행동으로 돌입한다. 새로운 전략무기를 곧 보게 될 것"이라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이번의 경우 코로나19와 대선을 앞둔 트럼프를 움직여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보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반응은 원칙적이고 단호하다. 미 백악관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은 북한이 국제사회 재편입과 훌륭한 경제를 원한다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북한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대응수위를 조절할 것임도 언급했다. 만일 북한이 추가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소위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음을 분명히 경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반응이다. 사실상 북한 핵·미사일의 인질 상태에 있는 우리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강화는 치명적 위협이다. 북한이 작년 5월부터 집중적으로 개발한 신종무기 4종 세트는 우리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통일부는 북한의 이런 언급에 대해 기본입장을 반복한 것이며 별 새로울 것이 없다는 식으로 애써 덮으려고 한다. 이는 지난 5월3일 비무장지대 내 우리 군 GP를 향한 북한의 기관총격 도발 시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라며 두둔하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해명 요구에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시한다. 오히려 정상적인 우리 군사훈련을 자기들을 향한 적대행위라면서 시비하고 있다. 이런 북한에 대해 최근 통일부 장관은 5·24 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을 상실했다며 앞으로 이를 의식하지 않고 교류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열정을 보인다. 물론 이런 정부의 태도는 북한을 달래 어떻게든 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고육지책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비위를 맞춘다 해도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한미 간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와 연합억제력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그릇된 언동에 대해서는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 도발을 억제할 뿐 아니라 핵을 내려놓도록 강요하는 길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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