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최장기 입원 87세 할머니 99일 만에 활짝 웃으며 퇴원

  • 피재윤
  • |
  • 입력 2020-06-04 18:45  |  수정 2020-06-04 18:53  |  발행일 2020-06-05 제2면

 

20200604010100018611.jpeg
국내 최장기 코로나19 입원 환자인 A할머니가 지난 3일 안동의료원에서 의료진의 축하를 받으며 퇴원하고 있다.안동의료원 제공

"활짝 웃으면서 돌아가는 할머니 모습을 보니 의료진으로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국내 최장기 코로나19 입원환자인 80대 할머니의 퇴원 모습을 지켜본 안동의료원 수간호사 김미영씨. 그는 퇴원하는 할머니만큼 의료진도 기뻤다며 3개월이 넘는 치료활동을 돌아봤다.

 


지난 3일 안동의료원에선 코로나19로 입원했던 A씨(여·87)가 99일 만에 퇴원했다. 할머니는 지난 2월26일 가정 방문 요양보호사와 접촉한 후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남편 B씨와 함께 안동의료원에 입원했다. 입원 직후 상태가 좋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고 할머니만 홀로 남아 치료를 받았다. 김 수간호사는 "할머니가 처음 입원했을 땐 며칠 동안 많이 힘들어 했지만, 최근에는 의료진과의 유대관계도 좋았고 정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입원 초기 거동이 많이 불편한 데다 청력도 떨어져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까이에서 큰소리를 내야 겨우 알아들을 정도였다는 것.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빨리 집에 보내 달라' '할아버지도 있다 갔는데 나도 가야 된다' '아들들 다 오라고 했느냐'는 등 대부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아 의료진을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3개월이 넘는 기간 40차례 이상 진단검사를 받았다. 지난 4월 말에는 처음으로 음성 판정을 받아 상태가 호전되는 듯했지만 2차 검사에서 다시 양성 반응이 나와 실망하기도 했다. 이후 의료진의 계속되는 집중 관리로 상태는 점점 호전됐으며, 마침내 지난 1·2일 실시된 두 차례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확인돼 다음 날인 3일 퇴원이 결정됐다. 


김 수간호사는 "의료진 모두 할머니가 완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런 노력 덕인지, 아니면 병균이 너무 오래 있다 지친 탓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연이어 음성이 나와 의료진도 좋아했고, 할머니도 많이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퇴원하던 날 할머니는 의료진에게 "귀도 안 들리는 사람 데리고 있느라 힘들었는데 내가 가니 속 시원하지"라며 농담을 던진 후 "잘 돌봐줘 고맙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김 수간호사는 "퇴원할 때 할머니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귀엽다는 표현을 쓰면 그렇지만 입원해 있는 동안 의료진에게 보여준 할머니의 순수함 덕분에 우리에겐 '꽃님이 할머니'로 통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하루라도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길 기원하며 의료진 모두 전력을 다했다. 비록 최장기 입원이었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잘 견디고 극복해 준 할머니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안동=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기자 이미지

피재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