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위 진압에 연방군 1만명 투입하려 했다"

  • 입력 2020-06-07 22:46
트럼프, 1일 오전 집무실 회의서 "1만명 당장 필요"…군 수뇌부 반대
트럼프 기자회견 강행, 에스퍼 이틀뒤 공개반기…"국방장관·합참의장 자리 위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사망 항의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연방군 1만명을 투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수장의 항명 사태로 표면화된 군 동원을 둘러싼 권력 수뇌부 내 격론에 대한 뒷얘기가 공개된 것이다.

    미국 CNN방송과 CBS방송 등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초 워싱턴DC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 연방군 1만명을 즉각 투입하길 원했지만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이를 반대했다고 고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늦은 오전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우리는 거리를 통제해야 한다. 우리는 이곳에 1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 언론들이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에스퍼 장관, 밀리 합참의장은 이러한 군 배치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에스퍼 국방장관과 밀리 합찹의장은 시위현장에 연방군 1만명을 동원할 경우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럴 경우 민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을 군 문제로 비화시킨다고 우려했으며, 시위대 내 폭력적 요소는 지극히 작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배치를 요구했을 뿐 아니라 에스퍼 장관이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에 반대하자 소리를 질렀다고 한 국방부 당국자가 CBS방송에 전했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회의 후 주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주 방위군을 소집해달라고 간청했다고 CBS가 이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주지사들이 주 방위군을 소집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전국에 현역 병력을 배치하게 됐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약 1천600명의 현역 윤군병력을 워싱턴DC 지역에 배치했으나 이미 투입된 약 5천명의 주 방위군이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은 상태여서 현역 병력은 2일 밤부터 철수를 시작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오피스 회의가 열린 지난 1일 오후 군 수뇌부의 반대의견에도 불구,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진압을 위한 군 동원을 시사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당시 경찰은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던 사람들을 최루탄 등으로 강제 해산시킨 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후 이를 가로질러 '대통령의 교회'라고 불리는 세인트존스 교회로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 논란을 빚었다.

    에스퍼 장관은 이로부터 이틀뒤인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밀리 합참의장은 현역 병력 배치 요건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으며 자칫 대통령의 지시가 법적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CNN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1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2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을 포함,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편인 민주당 지도부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연방군 1만명 동원' 보도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이 전날 에스퍼 장관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화가 나 있고 그를 해임 할 수도 있다고 CNN이 또 다른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 모두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살 위험에 처해있으며 언제든 자신들의 자리가 위태로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주변 동료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성경책 이벤트'를 벌였던 지난 1일 세인트존스 교회행(行)에 동행한 것을 둘러싸고 불거진 비판 여론 때문에 괴롭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세인트존스 교회를 찾은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두 사람과 가까운 한 행정부 당국자가 CNN에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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