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 문화계 인사 회전문·돌려막기 안된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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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0   |  발행일 2020-06-11 제25면   |  수정 2020-06-11
강민구
강민구대구시의원

오는 6월말 대구문화재단의 대표를 끝으로 대구 문화계의 수장들의 모습이 새로워진다.


대구의 5대 문화예술 기관이라고 하면 대구문화재단 대표를 비롯해 대구오페라 하우스, 대구 콘서트하우스, 대구문화예술회관 그리고 대구미술관을 꼽는다. 


문화예술계의 수장 선임문제가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란 말이 숙지지 않는다. 대구문화재단은 한 해 예산이 300억 가까이 되고, 대구 컬러풀 축제를 주관하고 대구예술발전소, 범어아트스트리트, 가창창작스튜디오, 대구공연예술 연습공간의 4개기관을 운영한다. 또한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단체 및 개인 지원사업을 하고 있어 대구 문화예술계에선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이는 문화예술회관장 하다가 문화재단 대표로 갔다. 또 어떤 이는 콘서트하우스 관장하다가 오페라하우스 관장으로 가기도 했다. 8개 구·군의 문화재단 상임이사까지 포함하면 더욱 돌고 도는 듯하다. 이런 문화계 수장은 공모제를 통해 다 선발이 되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쉽지 않지만 문화 예술계 내에서 가십거리를 넘어 화제의 중심에 있다. 물론 확고한 실력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적 사람인데 아직도 그 자리에 있냐'는 후배들의 푸념이 있다는 것은 그렇지도 않음을 나타낸다.


대구는 인구 대비 미술학과, 음악학과, 무용학과 등 예술계통의 학생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도시다. 7개 대학에 60여개 학과가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부터 철저한 도제제도가 정착되어 있어 '줄을 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란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모두가 고구마 줄기처럼 전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거다. 학교 교수로 있다가 퇴임하면 문화예술단체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거기에 가선 자신의 학맥과 인맥으로 연결된 사람만 키우다 보니 이런 현상이 계속 나타나는 듯하다. 대구엔 문화예술인의 먹거리가 별로 없다. 또한 변변찮은 산업이 없고 기업인도 부족하다 보니 유럽의 르네상스 시절처럼 후원인도 제대로 없다. 문화예술인이 먹고 살아가기 힘든 구조다.


경험 축적된 사람이, 검증을 거친 사람이 선임된 게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선 우리 지역 출신 사람이 사정을 잘 아니까 자리에 앉아야지 하는 지역인재 우선주의도 얘기한다. 하지만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상시적으로 전 세계의 공연과 전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이런 현상이 더욱 부각되었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끔 우리의 식견도 변화 해야 한다. 또한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것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우리 도시엔 공연예술 기획 전공을 한 사람이 부족하다. 이 부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를 발굴해서 인재풀을 두텁게 해야 한다. 공모조건도 막연히 관련분야 몇 년 이상 종사자라고 할 게 아니라, 이제는 이 부분을 '문화기획·행정·정책·경영경험이 있는 자'라고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대구문화재단은 2년 전 대구시의회와 언론에서 운영 전반의 부적정에 대해 많은 질타를 받고 직원들도 대폭 교체된 적이 있다. 


히딩크가 대한민국 축구를 한 단계 격상을 시켰다. 이는 학연·혈연·지연을 타파하고 실력만 보고 대표선수를 선발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이번 대구문화재단 대표 선임에 또다시 회전문 인사란 소리가 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민구<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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