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앞날이 불안한 대학생들

  • 천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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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0   |  발행일 2020-06-10 제12면   |  수정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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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지역 대학생들이 교육부 장관 면담을 위해 세종시 교육부 청사를 향해 도보로 국토 대종주에 나섰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한 만큼 교육부 장관을 직접 만나 등록금 반환 요구를 하기 위해서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40년 전 대학 시절이 생각났다. 필자는 79학번으로 10·26사태를 대학 1학년 때 맞았다. 다음날인 27일은 토요일이었고 동아리 체육대회가 예정돼 있어 학교로 갔다. 굳게 닫힌 교문을 무장한 전투경찰이 지키고 있었다.

그날 이후 학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우편으로 과제가 날아오면 대구시립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과제를 했다. 이듬해 1월에 학기말 시험을 치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등교하는 날, 눈이 왔다. 대구에서는 드물게 많은 눈이 와서 버스 운행도 원활하지 않았다. 경산에 살고 있었기에 대구에 있는 학교까지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그런데 담티고개 아래서 버스가 멈추고 기사는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했다. 경산역으로 돌아와 완행열차를 탔다. 고모역을 거쳐 동대구역으로 가는 동안 눈 덮인 들판은 영화 '닥터지바고'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대구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가서 무사히 시험을 치고 돌아왔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2학년 때도 여전히 방학은 길었다. 경산에서 과수 농사를 지어 딸의 등록금을 마련해 주던 필자의 부모님도 학교에 가지 않은 딸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는 대학등록금 마련이 쉽지 않다. 대출을 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도 있다. 어렵게 마련한 등록금을 내고도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여러 방법으로 재난 지원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동네 마트와 시장에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좋은 것 같은데 걱정이 앞선다. 후세에 빚을 넘겨주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대학생은 앞으로 나라의 주역이 될 사람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꼭 등록금 반환이기만 할까. 곧 사회로 나가게 될 그들도 앞날이 불안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학교생활에 보다 수준 높은 교육서비스로 보상해 주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230㎞를 걸어서 간 그들이 실망하고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고 방법을 모색해 주면 좋겠다. 따뜻한 위로와 함께 진정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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