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귀한 한정판? 예쁜 쓰레기?… '굿즈'의 유혹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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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0   |  발행일 2020-06-11 제18면   |  수정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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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벅스 레디백 (스타벅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 스타벅스의 '서머 레디백'이라는 '굿즈(Goods)'이면서, 동시에 이벤트 사은품이기도 한 가방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달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고객이 한 번에 커피 300잔을 구매한 후 레디백만 받고 돌아간 일이 벌어지면서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굿즈'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아이돌,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등 문화 장르 팬덤계 전반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해당 장르에 소속된 특정 인물이나 그 장르 및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주제로 제작된 상품·용품을 뜻한다. 


상품 그 자체로 굿즈인 경우도 있지만, 사은품이나 부록 형태로 구할 수 있는 굿즈도 있다. 스타벅스 레디백을 비롯한 다양한 굿즈들이 많은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잡지 부록부터 펭수까지, '굿즈'의 역사

 

펭수
유튜브 스타 '펭수' 캐릭터를 담은 펭수 노트. 펭수 관련 다양한 굿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스24 홈페이지 캡처

평창
평창 동계올림픽 굿즈인 패딩을 사기 위해 몰린 인파들. 연합뉴스
대구의 직장인 최모씨(40)는 최근 인기가 있는 스타벅스 레디백을 한번 받아보려고 스타벅스 매장에 갔다가 몇차례나 헛걸음을 해야 했다. 매장에 갈때마다 번번히 가방 물량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사실 레디백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스타벅스에 자주 가다보니 '이왕 커피값에 돈 쓸 것, 사은품이라도 받자'는 생각과 승부욕이 발동해 매번 이벤트에 도전하게 된다"면서 "그런데 스타벅스는 고객이 자사 음료를 그만큼 구매해줬으면, 이벤트 사은품이라도 편하게 받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와중에 유명 연예인 등이 스타벅스 레디백을 들고 캠핑에 간 모습들이 미디어상에 노출되고, SNS에도 '특템 후기' 등이 올라오면서 사람들의 소유욕을 더욱 자극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벅스는 레디백을 비롯해 수시로 다양한 굿즈와 이벤트 사은품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에도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일정량의 음료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이벤트 사은품을 제공했다. 에코백, 텀블러, 다이어리, 필통 등 스타벅스 문양이 찍힌 제품들, 이른바 스타벅스 굿즈들은 비슷한 성능의 다른 제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고객들에게 팔린다.

비단 스타벅스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굿즈'의 역사는 꽤나 오래됐다.


최근 가장 강렬한 인기를 끈 '굿즈'의 주인공은 바로 '펭수'다.

EBS의 유튜브 스타 펭수는 특유의 귀여운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펭수 굿즈를 만들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유튜브 상에서 이어졌고, 그렇게 세상에 나온 펭수 관련 상품들은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인터파크 조사에 따르면, EBS 학습서 구매자를 대상으로 '펭수 굿즈 증정 이벤트'를 벌이자 2018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40%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때는 잡지 부록으로 제공되는 굿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잡지를 사면 유명 브랜드를 내세운 패션소품이나 연예인 관련 상품을 사은품으로 증정했고, 그 사은품을 얻기 위해 잡지를 사는 이들도 많았다. 주연(잡지)보다 조연(사은품)이 더 주목받은 셈이다.


빵 봉지 속에 인기 만화 캐릭터나 연예인의 스티커가 들어있어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먹게 만들었던 '포켓몬 빵' '핑클 빵' 등은 '굿즈의 조상'격으로 볼 수 있다.
몇해 전엔 롱패딩, 스니커즈 등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굿즈들이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상술인가, 취향인가


'희귀템'을 수집하는 컬렉터들, 혹은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심취한 '덕후'들은 굿즈의 유혹에 특히나 취약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굿즈는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이 찍어져 나오는 '공산품의 시대'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작은 사치인 셈이고, 업체들 입장에선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일부 굿즈들은 실용적인 생필품이 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시간이나 유행이 지나면 '예쁜 쓰레기'가 되곤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한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음료 10여잔을 구매하면 제공했던 '피크닉매트'(돗자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디자인은 예쁘지만 무거워서 어디 들고 다니기 힘들다"는 푸념이 들렸다. "고가의 피크닉매트를 버리지는 못하고 방안에 깔아놨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구하기 힘든' 굿즈들은 몸값이 올라가기도 한다. 실제로 스타벅스 레디백은 최근 인터넷 중고 사이트 등지에서 7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굿즈를 모으기 위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비를 하는 이들도 있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얼마 전 대구 달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A음료회사의 프라푸치노 음료를 한 박스 구입했다. 그 음료를 한 박스 사면 A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핑크색 에코백'을 사은품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구매 가격이 꽤 비쌌고, 또 평소 단 음료는 입에 대지 않던 이씨지만 '뭔가에 홀린 듯' 그는 결국 그 음료를 박스째 사버렸다.


결국 먹지도 않는 음료 한 박스 값으로 원가가 몇천원 밖에 되지 않을 그 에코백을 구입한 셈이었다. 이씨의 소비는 과연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굿즈나 이벤트 사은품에 대해서는 "개인 만족 혹은 취향이다"와 "업체의 상술이다"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온라인상에서도 굿즈에 대한 상반된 의견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솔직히 스타벅스 등 유명 프랜차이즈의 값비싼 굿즈들을 보면 '과연 원가가 얼마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업체들의 지나친 상술인 것 같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 최근 스타벅스 레디백 관련 기사에 아이디 'suny***'의 네티즌은 "예전에 빵 버리고 스티커 모으던 친구들 생각이 난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아이디 'mmi****'를 쓰는 네티즌은 "자기가 사고 싶고 갖고 싶어서 자기 돈 쓰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는 글을 온라인상에 남겼다. 아이디 'regu****'는 "본인 취미에 대한 소비인데 이해하기 힘들어도 비난할 필요까진 없다"며 굿즈 소비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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