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사각 프레임 속 세상 만사] 포장도 뜯지 못한 딸의 고교 첫 교복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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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2   |  발행일 2020-06-12 제38면   |  수정 2020-06-12
"내년 이맘때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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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연기된 뒤 순차적으로 시작된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가 지난 8일 초5·6학년과 중1을 마지막으로 모두 이뤄졌다. 이날 거실 소파 등받이 위에 5개월째 상표와 비닐도 그대로인 채로 놓여있던 고1 딸 교복을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남긴 흔적이란 생각에.

여고 입학을 앞둔 지난 1월 엄마와 함께 셔츠, 카디건, 치마, 재킷이 한 벌인 겨울 교복(동복)을 구매해 오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던 딸. 하지만 2월 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개학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고, 급기야 학교에서 여름 교복(하복)을 구매하라는 연락이 왔다.

입학식도 없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 3일 하복을 입고 새 학교에 첫 등교한 딸은 다음 주부터는 또 1주일간 온라인 수업을 한단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1학년과 2학년이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번갈아 가며 격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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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인 중2 아들은 3일부터 사흘간 등교한 뒤 다시 이번 주 내내 온라인 수업이다. 홀수반이라 짝수반이 등교 수업을 할 때는 재택 수업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면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올해 초등 1학년인 조카에 비하면.

지난달 27일부터 등교를 시작한 초등 1학년은 입학식은 고사하고 곧바로 격일 수업에 들어가 기대에 부풀었던 학교 생활은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됐다. 더 안타까운 건 작은 얼굴에 커다란 마스크를 쓴 채 등교해 수업을 받고, 운동장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대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16년을 다녀야 하는 학교. 성장 과정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학교에서 친구들과 장난 한 번 치기도 힘든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비닐째 개봉되지 않은 딸 교복 사진이 내년 이맘때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길 간절히 바라 본다.

주말섹션부장 s018 @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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