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천시 일부 공무원의 일탈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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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6 07:20  |  수정 2020-06-16 07:21  |  발행일 2020-06-16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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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기자〈경북부〉
지난해 7월에 있은 경북 김천시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시청 공무원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몇몇 시청 공무원이 하지도 않은 시간 외 근무를 한 것처럼 위장해 시간외근무수당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대목은 이들의 부적절한 행위와 관련이 없는 공무원에게 미칠 악영향이다. 김천시청 직원은 지난 수개월 동안 코로나19 방역에 매진하며 최일선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켜왔고, 이러한 와중에도 각각의 업무를 챙기는 등의 노력을 통해 행정 공백을 없애는 등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거진 시간외근무수당 부정 수급은 행위자의 문제를 떠나 김천시청 전체가 나쁜 이미지로 시민사회에 투영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

김천시는 2009년 공무원의 출퇴근 시간을 정확히 관리하기 위한 '지문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시스템이 지문을 인식하지 못하는 공무원에게는 '지문인식 대체용 마그네틱 카드'를 발급해 대체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2016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시청 공무원들의 지문인식 대체용 카드 사용 실태를 점검했다. 여기에서 몇몇 공무원의 일탈이 적발된 것이다.

시청 공무원 A와 B는 지문인식 대체용 카드를 2016년 초반부터 같은 사무실 공무직 직원에게 맡겨 자신들의 출퇴근 시간을 대리 등록하게 하는 방법으로 근무를 더 한 것처럼 조작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각각 시간외근무수당 730여만원과 640여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C·D·E 등 3명은 같은 과에 근무하며 가장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 나머지 2명의 카드로 출퇴근 시간을 등록해 줬다. 이런 방법으로 208여만원, 229여만원, 195여만원을 각각 더 받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대해 김준호 김천시 감사실장은 시청 내부망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응한 방역과 후속 조치로 모두가 지쳐갈 즈음, 우리 시의 이미지가 추락하고야 말았다. 대부분이 직분에 충실했는데 가슴엔 공허함만 가득하다"며 "한마디로 쪽 팔린다. 그러나 우리 시청은 청렴한 조직으로 되어 가고 있던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는 인격을 버리는 것이다. 자존심의 문제"라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김천시는 관련 카드 이용실태를 전면 재조사하는 한편, 오는 21일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들로부터 6천여만원(가산금 2배 포함)을 환수할 방침이다.
박현주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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