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 학대 사망, 우리사회의 슬픈 민낯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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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7   |  발행일 2020-06-18 제25면   |  수정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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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우리나라를 초청(G11으로 확대) 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나라 국격이 상승되고 있다는 느낌에 조국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최근 한 초등학생이 의붓어머니에 의해 7시간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 숨진 기사를 보며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나를 더욱 안타깝게 한 것은 이러한 사건들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가 4살배기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사건, 소풍가는 날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사망케 한 사건, 동절기 3개월 동안 추운 화장실에 가둬서 때리고 굶겨 살해된 사건 등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가 G11국가에 초청될 자격이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와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자녀들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인도의 명예살인(honor killing)과 무엇이 다른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연 2만4천604건(하루 67건 정도)이며, 아동학대 사망은 연 28건으로 아이들이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살해당하고 있다. 특히 사망 사건 중 23건(82%)이 부모가 가해자라는 점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어른들의 탐욕과 분노심에 따뜻한 가정이 파괴되고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12일에 1명씩 죽어가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자기 변명력이 가장 취약한 아동 살해 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사회적 문제가 크게 발생함에도 교훈을 얻어 해결방안이 제도화 하지 못하는 우리사회가 안타깝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개선 대책이 절실하다. 어린이집에서는 CCTV를 설치하고 학교 주변에는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갈수록 높아지는 이혼율에 아이들의 소중한 보금자리 가정은 여지없이 해체되고 있다. 그 와중에 현행법에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와도 원가정보호 제도로 인해 아이와 부모를 무조건 분리할 수 없는 허점도 있다. 


아이들은 누가 뭐래도 우리 미래의 주역이다. 나는 달서구청장으로 재임하면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아동친화적 환경조성'을 위해 여러 정책들을 펼쳐 나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아동친화모니터단'과 아이들의 권리를 독립적인 입장에서 대변하는 '아동권리 옴부즈퍼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 힐링 공간인 달서별빛캠프에 숲속 놀이터 등을 조성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아동학대 예방전담팀인 '아동보호팀'을 신설하여 아동 학대 등의 업무를 전담할 계획이며, 아동친화도시 4개년 추진 전략사업 계획을 수립하며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 달서구로 인증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현재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 되고 있지만 학대 부모의 절반 가까이가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며 감형을 받고 있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부모에게 결혼이나 출산 시 아동권리 교육을 받게 하는 등 예방인식 개선의 노력도 절실하다. 지난 5일, 의붓어머니에 의해 숨진 초등학생이 재학했던 학교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숨진 아이의 넋을 달래기 위한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국화 꽃 한 송이를 전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자기 방어력이 가장 약한 아동들이 다시는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학대 사망되지 않도록 우리는 정말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더 나은 내일을 가지려면 말이다.
이태훈<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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