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겨울여자' 조해일 별세…폭력에 아파했던 섬세한 감수성

  • 입력 2020-06-19 13:49  |  수정 2020-06-19

 장편소설 '겨울 여자'로 유명한 조해일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1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은 1941년 만주 하얼빈에서 태어나 해방되던 1945년 귀국했다.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매일 죽는 사람'이 당선돼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미군 부대 기지촌 여성들의 소외된 삶을 조명한 '아메리카'를 비롯해 소설집 '왕십리', '무쇠탈', '임꺽정에 관한 일곱 개의 이야기' 등과 장편 '갈 수 없는 나라', '겨울 여자' 등이 있다. 


특히 1975년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장편 '겨울 여자'는 단행본으로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인호 '별들의 고향', 조선작 '영자의 전성시대' 등처럼 술집에서 일하던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1970년대 사회상을 그린 대중소설의 전형이다. 


당대엔 이런 소설이나 영화를 '호스티스 소설', '호스티스 영화'라고 불렀다. 다만 '겨울 여자'의 경우 주인공 '이화'가 가부장제에 반발해 성적 해방을 추구하고 결혼을 거부하는, 당시로선 파격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인다. 


당시 이런 종류의 소설은 대부분 영화화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겨울 여자' 역시 장미희와 신성일이 주연한 영화로 제작돼 역대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고, 신인 장미희를 은막 스타로 만드는 디딤돌이 됐다.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승옥이 각본을 맡은 것도 눈길을 끈다. 김승옥은 당시 문학 작품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드는 데도 재능을 보였다.


고인은 섬세한 심리 묘사와 탄탄한 구성 등으로 당시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가였으며, 초기 작품들에서는 강한 사회 비판 의식이 드러난다. 사회 속 다양한 폭력을 우화와 같은 형태를 빌어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대중성과 문학성, 사회 참여와 비판 의식이 적절히 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고민했으며, 교조적이고 극단적인 경향을 꺼렸다. 문단이 정치화하고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진 1980년대 후반부터는 대학 강의에 전념하며 창작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해일은 필명이고 본명은 해룡이다. 서울예전과 경희대 전임강사를 거쳐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재임하며 후배들에게 소설 창작을 지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굉미 씨와 아들 대형 씨가 있다. 빈소는 경희의료원 장례식장 303호이고 발인은 21일 오전 9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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