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가 못하면 권영진·홍의락 손잡고 대구가 먼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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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0   |  발행일 2020-06-20 제23면   |  수정 2020-06-20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전 국회의원의 고민은 주말까지 이어질 듯하다. 야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의 경제부시장직 제의 때문이다. '대구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가볍게 움직일 일은 아니다. 숙려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다음 행보를 위해서도 좋다. 그러나 고민의 초점이 '대구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가'에 있다면 크게 좌고우면할 사안은 아니다. 대구는 국회 산자위 간사, 예결위원이었던 홍 전 의원의 역량과 활약을 절감하는 상황이다. 권 시장이 오죽 답답했으면 도움을 요청했겠는가. 현실을 돌아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인을 훌쩍 자라게 하는 순간은 대의(大義)에 자신을 던지는 때다.

"이러려면 왜 그랬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총선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이럴 거면 김○○ 홍○○은 살렸어야지" 하는 항변이다. 진보진영에 팽배한 속내다. "대구는 더 고생해야 한다"는 직설도 있다. 한편으로는, "보수 지킨 TK에서 대선·지선 앞두고 진보에 틈 줘선 안 된다"는 보수의 우려도 만만찮다. 상대 당에 인사와 사업의 주요 권한을 넘겨주는 것은 위험천만이라는 것이다. 홍 전 의원 개인으로 보면 이 길은 가시밭길이고 잃을 게 적지 않다. 피하고 싶을 것이다. 숙려단행(熟慮斷行)하길 바란다. 깊이 고민하며 그의 말대로 권 시장 제의에 거절할 이유를 충분히 찾는 것은 의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대구를 위한 선택'을 결단한다면 그의 진정성이 돋보일 것이다.

팬덤이 만들어낸 분열의 시간과 작별하고, 합리와 실용으로 통합의 새 정치문화를 열어가는 것은 우리 정치의 숙제다. 중앙정치가 못하면 대구가 하면 된다. 권 시장의 제의를 '고육지책'으로 폄훼할 생각 없다. 오히려 '실용주의 시정(市政)' '협치의 시정'으로 K방역의 성공도시 대구가 새로운 'K정치' 문화를 선도하는 실험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고향인 경북 안동(권영진), 봉화(홍의락)는 이웃한 고장이고, 고려대 영문과(권영진), 농경제학과(홍의락) 선후배 사이라는 친숙함도 있다. 당적은 다르지만 두 사람의 이념적 차이 또한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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