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동차부품사업 생태계 도미노 붕괴 시작되나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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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9 20:17  |  수정 2020-06-19 20:44  |  발행일 2020-06-20
현대자동차의 2차 협력업체 명보산업
경영난으로 납품중단과 사업포기 선언
영세업체 중심 줄도산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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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성서산업단지 내 한 자동차부품업체 공장 벽면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현대자동차의 2차 협력업체인 명보산업이 경영난으로 납품 중단과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자동차부품의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세 부품업체을 중심으로 이미 줄도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주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명보산업은 최근 경영난으로 사업을 포기한다는 공문을 현대차와 1차협력업체 등에 통보했다. 설립 4년차인 이 업체는 지난해 230억원 매출과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들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 문을 닫은 것이다. 해당 업체가 생산한 부품은 1차 협력사를 거쳐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넥쏘 등에 공급돼 왔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는 명보산업의 도산에 대해 '올것이 왔다'는 암울한 분위기다. 4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위기론이 자동차부품업계의 비효율적 납품구조와 맞물려 결국 현실화했다는 것.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1-2-3-4차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협력업체 공급망을 고수해 왔다. 부품 외주화를 통해 완성차는 원가 절감을, 협력업체는 안정적인 대량 납품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적정 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종속적 공급망은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이나 자생력을 막아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신기술 개발이나 공급처 다변화를 외면했던 차부품업계가 코로나19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경쟁시장에서 도태되는 상황이 몰린 것. 실제로 3·4차 협력업체들은 이미 상당수가 휴업이나 폐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성서 2차 산업단지에선 공장 문을 닫은 업체를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이곳 A업체는 원청업체가 주문량을 줄이고 대금결제를 미루자 결국 최근 공장을 폐쇄했다. 


인근에서 3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8명이던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나 혼자 공장을 지키고 있다"면서 "원청업체가 주2일 근무에 들어간다고 하니 조만간 (폐업 여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자동차부품업체가 밀집해 있는 대구 성서 2차산업단지에는 현재 약 100곳이 넘는 공장들이 임자를 찾지 못해 공실로 남아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공장 공실이 두배로 늘었다. 대부분 자동차부품업체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당장은 미세혈관인 3·4차 협력업체가 무너지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가을쯤엔 1차 협력업체 도산이란 큰 충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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