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명보산업 사업포기 선언…자동차산업 붕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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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2   |  발행일 2020-06-22 제27면   |  수정 2020-06-22

지난 주말 경주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사실을 영남일보를 비롯한 전국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 업체는 직원 50명 규모의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인 명보산업이다. 1차 부품사에 자동차 부속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가 공장 문을 닫은 것이 왜 이처럼 주요 뉴스로 다뤄졌을까. 한마디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아래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부품사들은 한목소리로 "명보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명보산업이 쓰러진 이유는 완성차와 협력사로 이어지는 자동차업계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부품사들이 '이제 시작'이라고 하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명보산업은 1차 협력사가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면서 마진이 계속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현대차 공장의 가동률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수출이 급감하면서 사업 포기 단계까지 다다른 것이다.

자동차 부품사들의 위기 징후는 3·4차 협력업체가 몰려 있는 대구에서 잘 포착되고 있다. 부품사들이 밀집해 있는 대구 성서2차산업단지에는 현재 100곳이 넘는 공장들이 주인을 찾지 못해 공실로 남아 있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공장 공실이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성서산단의 한 부품사 대표는 "지금은 미세혈관으로 볼 수 있는 3·4차 협력업체가 무너지고 있지만 가을쯤엔 1차 협력업체가 도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엊그제 자동차부품산업에 2조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특례보증과 만기 연장, 우대금리 등의 특별보증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한다. 그러나 부품사들은 10억~20억원의 대출로 이 위기를 넘길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완성차업체에서부터 부품사까지 한 곳이라도 유동성이 바닥나면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는 특유의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명보산업의 붕괴가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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