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염병 전문병원 탈락…언제까지 TK패싱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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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2   |  발행일 2020-06-22 제27면   |  수정 2020-06-22

대구가톨릭대병원이 국책사업인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전에서 탈락하면서 대구 사회가 크게 황당해하고 있다. 애초부터 양산부산대병원을 염두에 두고 심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확산일로에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전문병원 구축에 많은 예산을 자부담하고 차별화된 병실을 배치하는 등의 혁신적 계획안을 제시했지만 엉뚱하게도 착공 일정과 병원 진입로가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한다. 심사과정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맹활약을 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등 지역의 우수 상급 종합병원을 경쟁 대상에서 미리 배제한 것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국책사업이 정치적 입김에 좌우된다면 불공정 시비와 반발만 불러올 뿐이다.

지역 의료계에선 모든 정황을 볼 때 양산부산대병원 내정설이 현실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반면 역설적으로 전국 어느 곳보다 월등한 감염병 대처 노하우를 습득했다. 대구시와 산하 보건당국, 종합병원, 시민 등이 어우러진 적극적인 민관 협력과 슬기로운 방역 경험을 감안하면 감염병 전문병원은 누가 보더라도 대구로 오는 것이 순리다. 국책사업 선정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무시한 채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된다면 대구경북의 앞날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현재 이전지역을 결정 중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문제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지역사회의 합의 불발로 통합공항 이전 결정이 무산되고, 김해공항 확장안 검증마저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면 현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 대구경북 지역에선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부산·울산·경남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경남도청 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감안할 때 이를 명분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할지 모른다고 보고 있다. 국책사업이 지역의 백년대계와 국토균형발전 원칙을 벗어나 편향적으로 결정된다면 국민 화합과 국가의 장래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소외 받는 지역민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이 불만은 걷잡을 수 없는 증오의 불길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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