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정근<경상북도 인구정책과장>-인구절벽, 보편적 복지가 답이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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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3   |  발행일 2020-06-24 제25면   |  수정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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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근경상북도 인구정책과장

출산율 감소는 경제발전에 따른 선진국들의 일반적 현상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심각하다. 지난해 말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되었다. 1970년에 100만 명 태어나던 것이 30만 명대로 급락하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인구감소는 2030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었지만 이미 지난해 말부터 연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게 되었다.


경상북도의 인구문제는 더욱 위중하다. 올해 4월 말 총인구는 265만 1천 명으로 4개월 동안 무려 1만 4천여 명이나 감소하였다. 지난 한 해 동안 1만 1천여 명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충격적이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더 많아 인구의 자연적 감소와 사회적 감소가 병행되고 있다. 경상북도의 지방소멸 위험지수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방소멸 고위험지역 16곳 중 7곳이 경북에 소재하고 있다. 도내 23개 시군 중 19개 시군이 이미 소멸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상북도는 지난해 말 경상북도 인구정책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금년도에는 인구정책과를 신설하는 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인구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였다. 결혼?출산?양육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경북 형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등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의성군 안계면 일원에 '이웃사촌시범마을'을 조성하여 청년들이 찾아오는 지속 생존?발전할 수 있는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적어도 인구정책과 관련해서는 백약이 무효한 것이 현실이다. 저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미혼과 만혼이 지적된다. 당장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조차 힘든 경제 상황, 치솟는 부동산가격으로 신혼집조차 구하기 힘든 형편, 불평등한 남녀가사분담문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사교육비, 동등하지 못한 남녀권리 등 장애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미혼과 저출산은 하나의 트렌드로 굳어져 가고 있다. 적어도 결혼과 출산에 관련해서는 과히 사회적 아노미 상황에 빠져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 판단일 것이다. 이를 사회문제나 국가적 운명에 무관심한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저출생 문제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도 않았고 또한 혁신적인 하나의 아이디어나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는 복합적이고 심리적이며 극히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저출생 문제는 앞만 보고 달려온, 경제발전만 이루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행복할 것이라 믿어온 우리 기성세대들의 잘못이자 사회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길도 있기 마련이다.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출산율을 보고만 있을 순 없다. 비록 불투명한 미래지만 희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일상적 삶이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느낄 때,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도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는 행복을 누리고 싶을 것이다. 보편적 복지의 완성을 통한 행복한 삶의 구현이 인구감소 문제의 해법이자 우리들의 책무라 믿는다.
유정근<경상북도 인구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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