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도시재생 용어 유감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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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4   |  발행일 2020-06-24 제27면   |  수정 2020-06-24

많은 지역이 도심 공동화 등으로 무너진 상권을 도시재생을 통해 회복하고 사람들이 오가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정부도 지역소멸이 우려될 만큼 오래된 도시나 농촌 도시가 쇠락하자 도시재생 관련법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해 되살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시재생의 법적 개념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재생은 전문가의 지혜도 필요하지만 원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자치단체나 전담 기관 등은 주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정작 도시재생에 나서는 단체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보면 원주민과의 소통을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더러는 일상생활에서 쓰이기도 하지만 외래어로 된 용어는 원주민인 노령층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커뮤니티·파머스마켓·플랫폼·거버넌스·아카이브·젠트리피케이션·아트갤러리·타임스퀘어·앵커시설 등의 도시재생 용어는 상당수 금방 알아듣지 못한다. 도시재생이 영국에서 시작돼 적당한 우리말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좀 심한 느낌이다. 커뮤니티 등은 비교적 낯설지는 않지만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화해 한데 모아서 관리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 둔 파일'을 뜻하는 아카이브,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젠트리피케이션 등은 어려운 말이다.

'공공 경영' 등으로 풀이되는 거버넌스는 각종 학술 토론회나 공청회 등에서 사용되지만 도심의 원주민들은 알기 어렵고,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핵심 시설'을 뜻하는 앵커시설 등도 평소 듣지 못하는 말이다. 언어의 기능 가운데 하나인 정보 전달이나 소통의 기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쉬운 말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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