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천지 소송, 여론 의식한 '보여주기' 결코 아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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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4   |  발행일 2020-06-24 제27면   |  수정 2020-06-24

대구시가 코로나19 사태의 대규모 감염 원인을 제공한 신천지교회 측을 상대로 1천억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시는 신천지교회 측에 법적 책임을 묻고 방역 활동과 감염병 치료를 위해 공공에서 지출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 이번 소송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피해를 당한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물질적 피해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준비했다고 했다. 신천지교회 측의 책임 방기(放棄)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그에 따른 문책은 당연하다. 이 소송은 감염병 원인 제공 집단에 대한 최초의 구상권 청구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구상권 청구소송이 4년 넘게 걸린 점을 감안하면 지루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신천지교회 관련 소송이 단지 시민정서를 의식해 보여주기식의 정치적 행위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점이다. 빈틈없는 논리와 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가능하면 이른 시간 안에 소송을 끝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천지교회 측은 코로나 방역과정에서 신도 명단을 누락시키고 자료를 숨기는 등의 비상식적 행태를 보여 병을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역학조사 방해와 일부 신도들의 속임수 활동으로 콜센터와 요양시설의 집단감염과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고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구시는 소송에 임하는 자세에 더욱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변호사 비용 실비지급 등의 소송비용을 아끼는 것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소송하려면 제대로 된 소송단을 꾸려 추진동력을 최고도로 끌어올리는 한편 단시간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 질질 끈다고 시민들의 분노가 해소되는 건 아니다. 대구는 지금 코로나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가 극심하다. 최근 5개월간 고용률은 전국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 경제충격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인 것이다. 행정통합과 통합신공항 이전, 신천지교회 소송 등은 모두 필요한 사안이지만 거대 담론이 지역의 어려움과 시민의 눈과 귀를 가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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