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정부 대북·경제 정책 기조 전면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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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6   |  발행일 2020-06-26 제23면   |  수정 2020-06-26

정부 정책은 정권의 정체성을 노정한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은 유화와 평화, 경제정책은 평등·친노동에 방점이 찍혔다. 겉으론 그럴싸했다. 하지만 집권 직후부터 설익은 정책이 잇따르면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그랬고 '비정규직 제로화'가 그랬다. 거기다 정책 시행 과속까지 겹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졌다.

인천공항의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 논란도 그중 하나다. 애당초 비정규직 제로화는 실현 불가능한 미션이다. 더욱이 플랫폼 노동자와 긱 이코노미가 확산하는 마당에 정규직만 고집하는 건 시대 조류에도 역행하는 조치다. 지난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ILO(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불가피하다지만 설득력이 없다.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기업이 생존 위기에 몰려 있는 때가 아닌가. 기업을 옥죄는 조치는 이뿐 아니다. 정부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담은 상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이러고서야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국내로 유턴할 기업이 있겠나. 기울어진 친노동 정책과 작위적 경제평등은 성장 동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대북정책도 문재인정부의 희망사항과 이벤트만 보이고 정작 중요한 비핵화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보다 냉철한 대북인식이 필요하다. 왜 북미회담이나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북한 입맛 맞추기에 급급한 회담과 남북교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우리의 대북 저자세는 북의 오판과 망동을 부를 뿐이다. 북의 비핵화와 개방·개혁을 추동하기 위해선 한미 공조를 강화하고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선 독자적 대북제재 해제 주장이 나온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코로나19로 경제는 가라앉고 북한의 패악질로 남북관계는 소원해졌다. 시행착오나 정책 부작용이 불거졌는데도 기존 노선만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잘못된 부분을 복기(復棋)하면서 정책 기조를 전면 리셋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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