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인비저블 라이프...가부장제 사회속 두 자매의 엇갈린 삶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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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6   |  발행일 2020-06-26 제39면   |  수정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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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구스망 집안의 두 자매, 귀다(줄리아 스토클러)와 에우리디스(캐롤 두아르테)는 보수적인 아버지(안토니오 폰세카) 밑에서 자랐지만 누구보다 가깝다. 현실에 순응하는 동생 에우리디스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활발한 성격을 지닌 두 살 터울의 언니 귀다는 그런 아버지의 엄격함을 "가부장적인 꼰대"로 치부하며 종종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귀다는 수려한 외모의 항해사 요르고스(니콜라스 안투네스)와 사랑에 빠져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그와 함께 그리스로 야반도주한다. 에우리디스는 그런 언니가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야속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임신한 채 홀로 집으로 돌아온 귀다. 아버지는 매몰차게 그를 쫓아내며 동생은 빈의 음악학교로 떠났다고 거짓말을 한다. 착잡한 심정의 귀다는 홀로 아들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로 달랜다. 사업가와 결혼한 에우리디스 역시 언니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장밋빛 꿈과 다른 인간적 존엄 짓밟는 현실
그리움·사랑·슬픔으로 이끌어낸 사회 비평



2015년 출간된 '마르타바 탈라'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인비저블 라이프'는 극 중 귀다의 대사처럼 "가족은 핏줄이 아닌 사랑"임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1950년대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 사회를 살아간 수많은 (브라질)여성들의 잊힌 삶이 배경이다. 영화는 다소 상반된 성격의 귀다와 에우리디스의 운명적인 삶을 그 속에 투영시켜 당시의 사회상을 엿보게 한다.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돌아온 귀다는 가족의 명예를 우선시한 아버지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한다. 어머니는 그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기만 할 뿐 귀다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 이 영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다. 귀다로부터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한 용기와 희망을 얻었던 에우리디스 역시 원치 않은 결혼과 남편으로부터 강권에 의한 굴욕적인 복종을 강요받으며 살고 있다.

두 자매는 여성의 삶과 자유, 가치, 그리고 인간적 존엄을 짓밟는 사회의 모든 것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여성 서사를 다룸에 있어 현실을 뛰어넘는 지나친 감상주의를 피하기가 쉽진 않지만, 영화는 이를 회피하는 대신 진한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감성과 공감으로 우리 시대의 사회적 비평을 이끌어낸다. 카림 아나우즈 감독은 이를 급진적이고 미학적인 전략으로 삼는 동시에 날것 그대로 표현되길 바랐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꿈꿨던 이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두 자매의 슬픔과 애환은 시각적으로, 이야기적으로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극에 녹아들었다. 2019년 72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했다.(장르:드라마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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