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김태년 vs '전략가' 주호영…알고보면 엇비슷

  • 입력 2020-06-28 08:39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놓고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외견상 협상 스타일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속도와 성과를 중시하는 김 원내대표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불도저형으로 평가받는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두주불사와 읍소 전략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판사 출신인 주 원내대표는 치밀한 논리로 무장해 협상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가로 꼽힌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물러서지 않는 고집스러운 버티기를 선보였다.


28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리는 마지막 원 구성 협상에서 각기 어떤 전략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두 원내대표의 성적표가 결정될 전망이다.

◇ 성과 앞세운 불도저 김태년…읍소전략도 병행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일하는 국회를 내세운 김 원내대표는 국회 개원과 원 구성을 놓고 협상이 난항에 부딪힐 때마다 정면돌파 방식을 택했다.


176석이라는 의석은 그의 행보에 무게를 실었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는 정당성을 담보했다.


그는 국회 개원 협상에서부터 정시개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제1야당의 불참 속에 국회의장을 선출, 개원하는 헌정사의 새 기록을 세웠다. 

 

법사위 등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또 한 번 협상이 가로막히자 국회법 준수를 내세워 박 의장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법사위를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김 원내대표가 마냥 밀어붙이기만 고수한 것은 아니다. 굽힐 때는 확실하게 굽히는 것 역시 그의 협상 전략이다. 


지난 23일 주 원내대표가 강원도 고성 사찰에 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가 심야까지 바닷가에서 잔을 기울이며 설득작업을 벌였다. 다음날엔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나 3차 추경안 처리를 읍소했다.


26일 협상에서도 통합당의 마음을 돌릴 묘안을 고민, '국회 후반기에는 집권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자'는 박 의장 중재안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 치밀한 논리형 주호영…'벼랑 끝 전략' 대담함도
주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답게 제도와 관례를 중시하는 논리형 협상가다.
그는 국회 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 개의에 맞서 교섭단체 간 합의 없이 의장단을 뽑을 수 없다는 자체 법률검토 결과와 그간의 관례를 근거로 여당에 맞섰다.


원 구성 협상에서는 타협안으로 법제위와 사법위 분할, 상임위원 정수 조정특위 구성 등을 제안하는 등 제도의 틀 안에서 협상의 틈을 벌리려는 전략을 보여왔다.
법사위 사수라는 목표가 무너지자 주 원내대표는 협상을 거부하고 열흘 동안 사찰 잠행을 떠나며 몸값을 끌어올렸다.


그는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다 가져가라"는 강수를 두는 대담함도 보였다. 법사위를 야당 몫으로 되돌려놓지 않는 한 "더는 협상은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여당을 몰아붙였다.


유연성을 버린 것은 아니다. 야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샅바싸움 와중에도 실리를 놓지 않으려 애썼다.


김 원내대표가 강원도 사찰을 찾았을 때나 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도 장시간 테이블에 앉아 마지막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통합당에 후반기 법사위원장 자리를 달라고 한 발짝 물러서며 이른바 한유라(한명숙 사건·유재수 의혹·라임 사태) 국정조사까지 포함한 '빅딜'을 시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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