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편(一師一便)] 2020년의 중심에서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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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9 08:09  |  수정 2020-06-29 08:15  |  발행일 2020-06-29 제14면

2020년은 여러모로 생각하는 바가 많은 한 해입니다. 2019년의 말미에 많은 이들은 생각했을 겁니다. 다가오는 2020년엔 신입생이 되어 대학교에 가고, 취업도 하고… 하나씩의 소망을 품고 있었을 겁니다. 우리가 다른 때보다도 연말과 연초에 이런 소망을 가지는 것은 새해가 주는 설렘과 시작에 대한 기대가 아닐까 합니다. 6월의 말미에 들어선 지금, 새해와 연말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고요? 많은 이들이 6월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저는 6월이 한 해의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 열두 달 중 절반을 지나왔으니까요. 2020년의 중심인 6월까지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우리는 어떠할지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2020년의 6월은 2019년의 6월과는 너무나도 달라졌다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은 길어지고 학교는 우여곡절 끝에 개학했지만 재기발랄하게 뛰어놀 수 있었던 예전의 학교가 아닙니다. 지금쯤이면 학급의 아이들은 친해질 대로 친해져서 수업 시간은 활기가 넘치고 선생님과 학생이 웃으며 하하 호호 수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시점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안타깝게도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책상을 띄워 거리를 둬야 하며, 한 학급의 아이들은 앞번호와 뒷번호 혹은 홀수와 짝수로 나뉘어 등교해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반이지만 학교에서 만날 수 없습니다. 안타깝고 문득 억울함도 느낍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의 당연한 '일상'이었던 것을 잃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금쯤 아이들과 상담하고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있어야 하는데…'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연하게 누렸던 그 일상이 그립습니다. 우리는 언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의 종착지에는 문득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려고 이런 시련이 닥친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분명히 우리는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견뎌내고 적응하고 나아가 우리의 삶을 또 만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스멀스멀 웃음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느새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하하 호호 웃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배설화<대구 강북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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