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에 '이재용起訴' 노골적 압박…균형 잡힌 태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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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9   |  발행일 2020-06-29 제27면   |  수정 2020-06-2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길지에 대해 논의했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처분을 검찰에 권고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2라운드 격인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검찰이 패한 것이다. 수사심의위 심의에 참여한 위원 13명 가운데 10명이 수사 중단·불기소 의견을 냈다.

의아스러운 것은 이에 대한 여권의 태도다. 이 부회장 측의 압승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인 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심의위의 권고에 반해 이 부회장을 기소하라고 검찰을 압박하고 나서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갈등을 빚을 때에는 윤 총장을 향해 "부끄럽지도 않냐" "나라면 그만둘 것"이라며 비꼬았던 여권 인사들이 이제 검찰을 향해 '명예'를 언급하며 이 부회장 기소를 압박하고 있다. 같은 편이면 무조건 억울하고, 반대편 측으로 보이면 무조건 유죄로 몰아붙이는 듯한 최근 여권의 행보와 같은 맥락이다.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불기소 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삼성 측에서 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1년8개월 동안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의 재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고, 죄 나올 때까지 피의자를 불러서 압박하는 무리한 수사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요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사심의위가 내린 권고에 역행해 검찰의 기소를 부추기는 것은 결코 이성적인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검찰은 2017년 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이후 8번의 사례에서 수사심의위 권고를 거스른 적이 없다. 특히 8차례 심의위가 모두 검찰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이번에 반대편 손을 들어줬다고 권고를 무시한다면 올바른 검찰권 행사로 비치기 어렵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에 이어 무리한 기소에 나선다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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