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20대 못잖은 21대 국회…여당 책임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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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1   |  발행일 2020-07-01 제27면   |  수정 2020-07-01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했다. 국회의 상임위원장직을 교섭단체별로 배분하지 않고 여당이 독식한 사례는 1985년 12대 국회 이후 35년 만이다. 제5공화국 이전의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되돌아 간 것이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전개돼 충격스럽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따른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야가 합심해 위기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힘써도 모자랄 위중한 시기다. 그런데 21대 국회의 이런 파행적 출발은 매우 실망스럽다. 일찍이 보지 못한 한심한 풍경이다. '식물국회' '동물국회'로 불린 최악의 20대 국회에 못지않다.

지난 한 달간 여야는 협상을 거듭했다. 그런데 단 하나도 합의하지 못했다. 그 빈곤한 정치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적 우세를 믿고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여당의 태도는 오만스럽기 그지없다. 그저 당하기만 하는 야당 또한 참으로 무기력하고 무능하게 보였다. '전시상황…' 어쩌고 하지 않았나. 말뿐이었던가. 지금이 준전시 상태의 대한민국 국회의 제대로 된 모습인가. 대한민국 헌법은 행정·입법·사법부의 삼권분립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거여(巨與) 독주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삼권분립의 정신을 실현하기 힘들다.

이제 상임위를 독식한 민주당의 책임이 더 커졌다. 야당 탓 못한다. 국회 예결위는 통합당이 빠진 상황에서 당장 35조3천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심사해야 한다. 여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국민의 드센 저항을 받을 것이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법안을 독단 처리해서도 안 된다. 미래통합당은 국회 안에서 여당 독주를 견제할 방안을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든 독재를 하든 하고, 우리는 야당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30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다. 통합당이 이전처럼 묘수를 찾지 못하고 삭발 장외투쟁이나 하는 무능한 야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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