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이문덕, 이윤탓'의 편가르기 공식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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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2   |  발행일 2020-07-02 제27면   |  수정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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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사회부장

흥미로운 현상이다. '진중권의 입'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확히는 '글'이다. 그가 페이스북에 어떤 글을 남겨놓았는지 궁금해한다. 언론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글을 옮기기 바쁘다. 그의 페이스북 '글터'가 국내 모든 언론의 주요 출입처가 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에 '부들부들' 떤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보수진영은 속 시원한 짜릿함에 떤다. '문빠'는 분노로 부들부들 떤다. '의전대통령' 논쟁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을 '철학이 없는 의전대통령'이라고 비판하자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이 들고 일어났다.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은 사실상 '문빠'의 대표선수들이다. 참고로 이해영 한신대 부총장은 '빠'를 '성찰 없는 몰입과 맹목적 추종'으로 정의했다. 이례적인 분노였다. 그동안 '문빠'들은 그의 그 어떤 글에도 대응하지 않았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그의 글을 '백색소음'이라고 규정한 뒤 무시로 일관했다. 그런데 대통령을 공격하자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의 반격에도 침묵하고 있다. 더 이상 말려들지 않겠다는 듯. 문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만 각인시켰다. 유치하기 짝이 없다. 조폭 보스에게 아양 떠는 행동대장 같은 느낌을 준다. '국가공동체에서 대통령직의 윤리적 기능'을 사회적 의제로 삼자는 그의 토론 제안에도 일언반구조차 없다.

최근에는 북한이 그를 비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제목으로 그를 저격했다. 진 전 교수가 이렇게 주목받은 때가 있었을까. 단순히 언론이 다뤄서일까. 일정 부분 영향이 있겠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진중권 현상'은 집권세력이 만든 것이다. 집권세력의 '편가르기'에 질린 사람들이 그의 글을 탈출구로 삼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진 전 교수가 대신했다고 볼 수 있다. 표현도 사람들의 '입맛'을 당긴다. 날카로움과 풍자가 섞여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당수 국민은 두렵다. 대통령이나 집권세력을 비판하면 신상이 털리고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 캠퍼스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인 20대가 법원으로부터 건조물침입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으면서 반발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싹트고 있다. 그래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식인으로서 '할 말을 하는' 그에게 열광하는 것이다.

집권세력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잦아드는 분위기다. '비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회의감이 지배하고 있다. 지금의 집권세력은 잘된 것은 '내 덕', 안된 것은 '남 탓'을 하는데 이골이 나 있다. 진중권은 '이문덕, 이윤탓'을 '문빠의 공식'이라고 했다. 이문덕은 '이게 다 문재인 덕분', 이윤탓은 '이게 다 윤석열 탓'의 줄임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코로나19 초기 방역 실패를 윤석열 검찰총장의 책임으로 몰아붙이는 '코미디'를 연출하면서 나온 말이다. '빠'와 '진중권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활발한 토론과 비판의 문화가 살아날 것 같지 않다. 집권세력이 국가보다 정권의 승패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이라 그렇다.

그나마 대구에서 '작은 변화'가 생겨 다행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홍의락 전 의원이 대구시 경제부시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거창하게 '연정'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지 않다. '대구 경제'를 주제로 '이성적' 토론과 비판이 오가면서 접점을 찾는 모습만 보여줘도 좋겠다.
조진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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