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아! 스웨덴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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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4   |  발행일 2020-07-04 제23면   |  수정 2020-07-04

스웨덴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 길쭉한 모양으로 자리한 나라이다. 그 스웨덴은 내 중·고교 시절 선망의 대상국이었다. 4인조 혼성그룹 아바(ABBA)·볼보 자동차·호수를 3대 자랑거리로 내세운 선진국이었기 때문이다. 복지는 얼마나 잘돼 있다고 했던가. SOS 등 고교생 때 아바의 노래를 처음 접하면서 굉장한 문화충격에 빠진 게 엊그제 같다. 그룹 아바는 1974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받아 부각됐다. SOS, 치키티타, 김미김미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했다. 그 낭랑하던 목소리의 메인 싱어 '아그네사 팰트스코그'도 70세가 됐고 머리가 허옇게 세 버렸다. 아바 멤버들도 늙었지만 아바의 예술성 높은 노래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볼보 자동차는 또 어땠는가. 선진국의 상징처럼 튼튼하면서도 정교한 차량의 대명사였다.

인류가 달나라에 갔다가 오는 이 첨단 과학의 시대, 괴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지구촌이 고통 속에 혼란스럽다. 그런데 독특한 스웨덴의 대응방식이 논란을 일으켰다. 스웨덴은 인구의 60~70%가 감염되면 집단면역이 생겨 자연 치유되는 방식을 선택해 초기에 적극적인 방역을 하지 않았다. 'K 방역'으로 타국의 부러움을 산 한국처럼 철두철미한 방역을 펴지 않았고, 뉴질랜드처럼 국경봉쇄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보건당국 책임자가 "너무 많은 희생자를 자초했다"며 잘못된 선택을 후회했을 정도였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6월25일 기준 스웨덴 감염자는 6만2천324명, 사망자는 5천209명이다. 한국이 감염 1만2천850명에 사망 282명인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이다. 집단면역 실험은 실패한 것이다. 스웨덴의 선택은 이론상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감염력과 치사율을 감안하지 않은 신기루에 불과했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도 한순간 잘못된 선택을 하면 이처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스웨덴은 보여줬다. 우리가 한때 선망했던 나라 스웨덴이….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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