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달 너머로 달리는 말…말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모습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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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4   |  발행일 2020-07-04 제14면   |  수정 202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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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지음/ 파람북/ 272쪽/ 1만4천원

책이 발표될 때마다 큰 주목을 받는 인기 소설가 김훈 작가의 신작 소설이다.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먼 과거, 상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나라의 전쟁이 주요 배경으로 그려진다.

이동 생활을 하는 유목집단인 초나라와 땅에 기대어 사는 농경 집단인 단나라가 숙명처럼 서로 부딪치게 된다. 인간과 인간 사이 적개심의 뿌리는 그렇게 깊고도 깊었다.

소설에는 두 마리의 말이 등장한다. 초승달을 향해 밤새도록 달리던 신월마 혈통의 '토하'와 달릴 때 핏줄이 터져 피보라를 일으키는 비혈마 혈통의 '야백'.

두 마리 말은 초나라와 단나라 장수를 태우고 전장을 누비게 되고, 인간의 참혹한 전쟁을 목도한다.

'말'을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김훈 작가는 "말은 문명과 야만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로 싸우고 죽이는 인간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야백은 군독 황이 내지르는 박차를 받으면서 싸움터를 달렸고 수많은 주검을 밟고 지나갔지만, 사람들 사이의 적개심을 이해할 수 없었고 거기에 끼어들 수도 없었다. 야백은 늘 싸움터에 있었으나 싸움은 남의 것이었다. 죽고 죽이는 인간의 싸움을 보면서, 야백은 자신이 인간이 아니고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144쪽)

소설의 묘미는 역시나 김훈 작가 글의 큰 특징인 힘 있고 긴장감이 느껴지는 문장에 있다. 벼르고 벼른 언어의 간결함과 살아 숨 쉬는 역동성 같은 것을 문장에서 느낄 수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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