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 5개월간 인권위 등에 6차례 진정...외면당해 안타까움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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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3   |  발행일 2020-07-04 제6면   |  수정 2020-07-03
인권위 등 5개월간 무려 6차례 진정에도 외면 당해
문체부 최윤희 2차관 단장으로 특별조사단 구성
문 대통령 재발방지 대책 지시, 국회서도 청문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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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주시 황성동 경주시체육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여준기(왼쪽) 회장이 최 선수 폭행의혹이 있는 경주시청 직장운동부 철인3종 경기 감독 김모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고(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직전까지 5개월간 무려 6차례 이상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외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국가인권위원회, 경주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최 선수 가족은 지난 2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 선수가 소속했던 경주시에도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3월에는 인권위 진정을 취하하고 수사당국에 고소했고, 4월 들어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했다. 또 지난달에는 대한철인3종협회에 진정을, 사망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에 다시 인권위에 진정했다.

그러나 최 선수의 잇따른 진정에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 선수의 지인들은 “최 선수가 백방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2017·2019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한 최 선수는 감독과 선배, 팀 닥터 등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팀원들과 식사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빵(20만원 상당) 수십개를 먹게 하고, 복숭아 1개를 먹고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하기도 했다. 또 체중조절에 실패하자 3일간 굶게 하고, 슬리퍼로 빰을 때리는 등의 피해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경주시청 철인3종 경기 팀닥터는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으로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도 “팀닥터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이 없고 선수가 전지훈련 등을 할 때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일시 고용한 사람”이라며 “선수단 소속이 아니고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데 앞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산에 거주 중인 팀닥터는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에서 열린 인사위원회에 지병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했고, 국회는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김승원·유정주·이병훈·이상헌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2의 최숙현이 나타나지 않도록 진상 규명에 그치지 않고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나를 괴롭혔던) 그 사람들 죄를 밝혀 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에서 활동해 오다 올해 초 부산시청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글·사진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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