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전문가 공동체로서의 학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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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6 08:01  |  수정 2020-07-06 08:03  |  발행일 2020-07-06 제14면

김언동수정1
김언동〈대구 다사고 교사〉

코로나19가 강제한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각 교육 주체들은 각자가 처한 환경과 경험 속에서 온라인 수업 풍경을 바라보고 평가했습니다.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찾기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교육환경의 변화는 온라인 개학과 온라인 수업에서 시작됐지만 우리 삶에서 교육이란 무엇인가, 한국 사회에서 학교의 의미는 무엇인가, 교사는 어떤 일을 감당해야 하는가, 지속가능한 배우는 삶을 꾸릴 방도는 무엇인가, 교육이 어떻게 사회적 연대를 증진시킬 것인가 라는 근본적이고 어려운 질문 앞으로 우리를 다시 데려가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의 선생님들과 과목, 학년의 벽을 넘어 함께 고민을 나눈 것, 그 가운데 젊은 교사가 선배 교사에게 에듀테크 기술을 가르치는 '역 멘토링'도 경험했습니다.

집단 지성이 강조되는 것은 시대의 변화가 낳은 현상입니다. 혼자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집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 지성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간 학교가 담당해 온 중요한 역할은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었습니다. 교사 개인이 그 역할을 하기에 큰 무리가 없었지요. 교실을 자신만의 온전한 영역으로 구축하고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시키는 일부 교사들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부의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지식의 개념이 달라지고, 이로 인해 학습공동체 경험이 강조되면서 이제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교육이 학교 담장 안에 갇혀 있는 채로는 더 이상 학교가 존립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넘어서는 교육, 즉 배움이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도록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다양한 지적 경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교육 생태계의 확장은 교사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학교 내뿐만 아니라 학교 외부의 협력자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또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가 기본 조건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은 학교에서도 학습공동체의 경험을 가질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제대로 협력을 경험하지 못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습공동체의 경험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교사의 태도에는 단위 학교와 지역 문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의 삶과 성장, 그리고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으로 약화된 교사들의 힘을 회복하고 강화하도록 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장, 그것이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 안에서 교사들이 함께 배우고 스스로 깨우치는 과정이 있을 때 교사 개인의 성장은 물론 진정한 미래교육도 가능합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협력이라는 이름의 집단의식입니다. 편협한 집단의식은 획일한 사고를 강요하니까요.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선택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교사가 제대로 된 협력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학생들에게 협력 정신과 학습공동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교사의 학습공동체는 제대로 된 협력을 경험하는 곳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할 것입니다.

교사는 전문가입니다. 전문성은 폭넓은 참여와 교류를 통해 더 발전합니다. 다양성과 수용성, 협력성이 기본입니다. 학교 내부로 협력을 가두거나, 그 안에서만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편협하고 단절된 문화는 전문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향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지식을 여러 상황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다양한 맥락에서 지식이 어떻게 전이되는지 경험하는 것은 미래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요.
김언동〈대구 다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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