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수도권 권력남용'은 반드시 危機 부른다

  • 심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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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6   |  발행일 2020-07-06 제27면   |  수정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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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객원논설위원

권력과 재화를 비롯한 모든 자원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온갖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당연히 약자 입장에 설 줄 알았던 진보정권에서도 수도권 집중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의석수가 국회를 압도하면서 이전 정부에서는 그래도 비수도권 눈치를 보면서 시행됐던 수도권 규제완화가 속수무책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여당 의원들의 막강하고 조직적인 파워는 이제 어느 누구도 막아설 수 없는 상황이 된 듯하다. 그들의 의사결정은 블랙홀처럼 모든 자원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권역 간 인구 순이동 통계를 보면 충청권(1만2천919명), 대구경북권(1만3천608명), 부산·울산·경남권(1만4천191명), 호남권(1만2천116명), 강원·제주권(2천814명)에서 빠진 인구들이 모두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다. 비수도권 대도시 인구도 대거 수도권으로 몰리니까 서울 강남에서 평당 1억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등장하는 것이다. 1억3천만원짜리 원룸 전세가 영화 '기생충'에서 나오는 반지하방이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서민들과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겠는가.

나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수도권 초집중화'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정부기구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라고 생각한다. 이 위원회는 노무현정부 때 수도권 비대화를 막기 위해 긴급하게 설치됐다. 장관급인 이 위원회 위원장의 결재라인은 대통령밖에 없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과 혁신도시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관리하는 게 이 기구다. 정기적으로 국가균형발전사업을 평가하고 비수도권 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 위원회에서 지역뉴딜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수도권 침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회복탄력성이 수도권에 비해 저하됐다. 비수도권 지원을 위해 지역뉴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대구경북과 관련해서는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중앙정부 정책과 지역 경제정책을 연계해서 확장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수도권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현실 속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이러한 보고서는 비수도권 주민들에겐 실낱 같은 희망이나마 갖게 한다. 이 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월부터 김사열 경북대 교수가 맡고 있다. 대구경북으로선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인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하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함께 서울 주요대학 지방이전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청와대 참모진으로부터 서울대 지방이전 구상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역풍을 감당 못해 계획을 접었겠지만 당시 이 얘기를 듣고 놀랄 만한 대통령의 발상에 가슴이 뛰었던 생각이 난다.

모든 권력과 사회적 자원이 지금처럼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한 국민은 좋은 직장과 교육 환경을 찾아 서울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말로만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할 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설립 취지를 진지하게 되새겨 봐야 한다. 국토 전체를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는 한 수도권 권력남용으로 인한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자원의 분배를 선제적으로 하지 않으면 혁명이 발생한다'고 했다.
심충택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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