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야당의 시간' 시작됐다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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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6   |  발행일 2020-07-06 제26면   |  수정 2020-07-06
지금까지는 여당만의 시간
오늘 국회 복귀하는 통합당
원내투쟁 수단 다 끌어모아
권력 주변 의혹들 파헤쳐서
정국 운동장 평평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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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야당의 장외(원외)투쟁은 고전적이지만 강력하고 유효한 의사 표출 수단이었다. 장내(원내)에서 여당이 다수의 힘이나 권력으로 밀어붙이면 야당은 국민 여론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이 당장 야당 편을 들어 투쟁에 동참해 주는 건 아니지만 야당이 밖에 있다는 자체로 집권세력은 부담을 가졌다. 여당 단독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건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모습이 아니어서 뭔가 어색하고, 야당의 적당한 견제도 필요했다. 장외에서 고생하는 동료 의원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겉으론 날을 세우면서도 막후에선 야당에 장내복귀의 명분을 주기 위해 절충을 했다. 뭔가를 양보받은 야당은 그걸 장외투쟁의 전리품 삼아 국회에 복귀했다. 이런 일은 75년 헌정사에서 반복돼왔고 정당정치의 기본이 되다시피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 횡포를 부리며 국회 18개 상임위원장단을 독식하고 단독국회를 열어도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장외로 뛰쳐나가지 못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코로나19 사태가 야당의 대여투쟁 방식도 바꿨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구하면서 정치 지도자가 이를 어길 수는 없다. 다른 하나는 이 정권에선 장외투쟁이 강력하고 유효한 의사표출이 될 수 없음을 경험에서 알았기 때문이다. 총선 전 황교안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사태 같은 여당의 독선독주가 있을 때마다 장외집회, 단식, 삭발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여당은 야당을 장내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제1야당이 없으니 잘 됐다는 듯 안건들을 밀어붙였다.

야당은 제풀에 지쳐 빈손으로 복귀해야 했다. 4·15 총선에서 야당은 그런 여당의 행태를 여론이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그들도 자충수가 많았던 데다 코로나 복지에 묻히면서 외면당했다. 그런 학습효과로 이번에 통합당은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의장단 구성→상임위원장 독식→독단적 상임위 운영이 이어질 동안 장외로 나가지도,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국회 주변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그사이 민주당은 사상 최대 규모인 35조원대의 3차 추경안을 의결하는 등 철저히 '여당의 시간'을 가졌다. 이런 상황은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부터 '야당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여건은 조성됐다. 통합당이 오늘(6일)부터 국회 의사일정에 복귀해 원내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원내투쟁을 통해 윤미향 비리 의혹, 대북외교 실패, 한명숙 재수사 논란, 울산시장 부정선거 혐의, 윤석열 총장 몰아내기 시도, 공수처 설치 등을 따지고 파헤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진상규명을 위해 원내에서 가용한 수단은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추진 등 다양하다. 물론 국정뿐 아니라 국회운영도 마이웨이 식인 여당이 순순히 들어줄 리 만무하다. 그래도 여론을 믿고 밀어붙여야 한다. 공수처는 위헌청구 심판이 진행 중이다. 통합당의 원내투쟁 선언에 때맞춰 여권이 판을 마련해 준 것도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다. 두 대북 라인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전반기 존립기반이었던 대북유화정책의 허상을 밝힐 수도 있다. 야당의 시간을 제대로 사용해야 기울어진 정국운동장이 조금이나마 펴진다. 헛되이 사용하면 다시는 야당의 시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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