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창청춘맨숀에서 열린 '안팔불태' 기획전에서 작품 7점 불태워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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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7 11:37  |  수정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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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수창청춘맨숀에서 열린 수창아트페어 '안팔불태(안 팔리면 불태운다)' 마지막날인 5일, 안팔불태에 참가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불태우고 있다. 이 퍼포먼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절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열렸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작가가 자신의 영혼과도 같은 작품을 불태우는 안타까운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5일 오후 대구시 중구 수창청춘맨숀 전시관 야외 다목적마당에서 열린 이 행사는 대구현대미술가협회(회장 이우석)와 수창청춘맨숀(관장 김향금)이 공동 주최한 수창아트페어 2020 '안팔불태(안 팔리면 불태운다)' 기획전 폐막식 순서의 하나로 진행됐다.
지난 2일 개막한 '안팔불태'전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전업 작가를 위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기획됐다. 생계 방편으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작가가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작품을 발표하지 못해 막다른 골목에 몰린 가운데 열린 전시회여서 기획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원을 비롯해 청년작가 등 97명이 참여해 총 400여점을 전시했다. 이중 '안팔불태' 참여작가는 27명으로 118점을 출품해 7점이 폐막식까지 팔리지 않아 희생양이 됐다. 이날 작품을 소각한 화가는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창립회원인 김정태 작가를 비롯해 양성옥, 고수영, 은윤씨 등이다.
고수영 작가는 "안타깝지만, 작가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절박한 심정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작가들이 배수진을 치고 참여한 탓에 5일까지 1천500여명의 시민이 전시관을 찾아 150여점, 총 8천만원어치의 작품을 구입했다. 일부 작가는 서로의 작품을 사주기도 했다. 김태원 대구시의원(문화복지위)을 비롯해 대구시 문화예술관련 공무원들과 출입 기자까지도 주머니를 털었다.
이우석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장은 "작가정신과는 별도로 내 작품이 객관적으로 대중으로부터 어느 정도 평가를 받는지 자성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 등 타 지역에선 이같은 트레이닝에 익숙한데 대구에선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향금 수창청춘맨숀 관장은 "이제껏 여러 전시를 기획했지만 이번만큼 많은 시민들이 호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타 지역에서도 여러분이 폐막식에 왔다"며 "성공적인 기획전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폐막식 퍼포먼스장을 찾은 강봉수씨(55)는 "나도 작품을 한점 구입했다. 농부가 무·배추를 갈아엎는 건 더러 봤지만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불태우는 건 처음봤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어려울수록 서로 보듬고 나누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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