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서울에서 온 위로의 편지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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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8   |  발행일 2020-07-08 제12면   |  수정 2020-07-08

단정한 손글씨가 적힌 편지와 소포가 왔다.

"질부에게, 오랜만이네. 처음으로 접하는 소식이 삶에서 가장 아픔을 담은 일이 되어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될까?"

서울에 계신 시이모님이 보내준 위로의 편지다.

올해 여든여섯, 연로한 어르신인데도 시를 쓰고 글을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시이모님의 손편지는 스마트폰 시대에 속도의 편리함을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뭉개 버린다.

또박또박 힘을 준 펜의 촉감부터, 전달되기까지 며칠에 걸려 곰삭듯이 편지지에 숙성된 시이모님의 마음이 진하게 배여 있다.

코로나가 대구를 덮치는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하루 최대 8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다시피 한 것도 수개월이었다. 그동안 연로한 부모님의 병은 악화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중 아버지는 싱그러운 5월의 초록에 둘러싸여 먼 길을 가셨다.

나와 마찬가지로 엉겁결에 맞이한 코로나라는 파도에 몸을 추스를 경황도 없이 대구시민들은 온몸으로 막아내기 바빴다.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기도 하고, 누군가는 경제적 고통에 지금도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산발적 발병 속에 코로나가 만든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진행형의 불확실한 실체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비대면'이 미덕인 사회를 살면서 자칫 타인에 대한 불안감과 적대감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바라보는 방향을 뒤집어 보면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거리 유지,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마스크가 된다. 이타심의 발로인 셈이다. 코로나는 이타심에 기반한 사회적 책임을 함께 나눌 때 끝이 나고 개인의 생채기도 아물어질 수 있음을 느낀다.

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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