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딴나라 군대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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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0   |  발행일 2020-07-10 제23면   |  수정 2020-07-10

'당나라 군대'는 오합지졸의 군대를 이른다. 그러나 사실 당나라 군은 천하무적의 강한 군대였다. 다만 고구려에 대해서만 맥을 못 췄다. 고구려한테는 애를 먹었지만 당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짧은 기간에 중국을 통일하고 인근 국가들을 정복해 발 아래에 뒀다. 그런데도 당나라 군대가 오합지졸을 의미하는 것은 무슨 연고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쳐들어왔다가 번번이 참패한 데서 유래했다거나, 병사들이 군기가 빠져 닭처럼 꾸벅꾸벅 조는 군대, 중국 국민당의 군대 등 당(唐)나라와는 무관한 설도 있다.

경북상주시의회 미래통합당 의원 13명은 지난달 29일 당협위원회 사무실에 모여 다음날 있을 의장 선거 후보자 경선을 했다. 경선 결과 A의원은 7표, B의원은 6표를 받았다. A의원이 통합당 단일 후보가 됐다. 시의회 의원 17명 중 13명이 통합당이므로 A의원의 의장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30일 선거 결과는 정재현 의원 11표, A의원 6표. 당내 경선 결과는 무시되고 전반기 의장을 지낸 정 의원이 재선됐다. 전반기 의장을 지낸 정 의원은 당초 의장 출마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다. 지방의회에서 통합당의 이런 분열 현상은 상주뿐만 아니다. 안동시의회는 막장 중 막장이다. 18명의 시의원 중 12명이 통합당이지만 당내 파벌 싸움 끝에 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무소속에 내줬다.

기초의회 의장 선거를 교황선출방식으로 하는 것은 특정 정파의 대표 후보나 후보 단일화를 막기 위한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은 후안무치하게도 다수당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단일화를 꾀했으나 그 결과마저 손바닥 뒤집히듯 뒤집어졌다. 명분도, 신의도, 실익도 잃고 망신만 당한 격이다.

당나라 군대가 전쟁에서 공격 한 번 제대로 못해 보고 패배만 하는 군대를 의미한다면, 통합당은 전쟁에 나가기도 전에 분열돼 현장까지 대오도 유지하지 못하는 꼴이다. 기초의회 의장 선거에서 보여준 통합당의 행태는 당나라 군대만도 못한 딴나라 군대의 행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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