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중국 의식했나…홍콩 문제 언급하려다 철회

  • 입력 2020-07-10 08:07  |  수정 2020-07-10 08:22  |  발행일 2020-07-10 제11면
미리 배포한 강론엔 있었지만
실제 연설에서는 빠져 논란

지난 1일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홍콩 문제를 언급하려다가 철회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일 주례한 주일 삼종기도 강론에서 최근 미·중 갈등과 함께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한 홍콩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종교의 자유를 설파하려고 했다고 한다.

교황이 주관하는 대표적인 대중행사인 주일 삼종기도 강론에서 교황은 통상 한두 개의 국제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며, 이는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다. 지난 5일 삼종기도의 경우 바티칸 언론인들에게 강론 1시간 전에 미리 배포된 강론 내용에는 홍콩 문제를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사전 배포 강론에 따르면 교황은 "나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의 진심 어린 걱정을 나타내고 싶다"며 "현재 상황에서 당면한 문제들은 매우 민감하며, 그곳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할 예정이었다.

또한 강론문에는 "당사자들은 통찰력과 지혜, 진정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며 "사회적 삶, 특히 종교적인 삶은 국제법 등에서 규정한 완전하고 진정한 자유로 표현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5일 실제 삼종기도 강론에서 홍콩 관련 부분을 빠뜨리고 발언하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한 강론문에 분명히 담긴 내용을 실제 강론에서 빠뜨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홍콩보안법에 비판적인 여론과 홍콩 문제 간섭을 거부하는 중국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중국 성향인 요셉 젠 전 추기경이 "이제 홍콩의 종교 자유를 믿을 수 없으며,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체포될 것도 각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종교계 내에서는 홍콩보안법에 비판적인 여론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을 의식하고 홍콩 문제에 대해 발언했다가는 교황청이 애써 이룬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자칫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공산 정권을 수립한 뒤인 1951년 바티칸과의 관계를 단절했으나, 2018년 9월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 7명을 교황청이 추인하는 것을 뼈대로 한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양측은 관계 개선의 초석을 다졌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