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선엽 장군을 이렇게 보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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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3   |  발행일 2020-07-13 제27면   |  수정 2020-07-13

향년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6·25 전쟁영웅'인 백선엽 장군을 보내는 맘이 못내 헛헛하다. 그의 인생은 대한민국을 지켜온 역사 그 자체였으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삶이었다. 그런데 그를 마지막 보내는 길이 너무 초라하다. 특히 하루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추도하는 분위기와 자못 비교돼 더 서글프다.

주지하다시피 고(故) 백 장군은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을 지켜낸 '살아 있는 전설'이다. 더욱이 그는 6·25전쟁의 최대 격전인 다부동 전투에서 파죽지세로 내려오는 북한군에 겁먹은 부하들을 향해 "내가 물러서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며 선두에 섰다. 그의 부대의 결사항전으로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냈고, 그 기세를 몰아 인천상륙작전 이후 평양까지 진격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는 그의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지나고 보면 '자유'와 '민주'를 기본 가치로 하는 국가체제를 선택·유지·발전시킨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새삼 느낀다.

그런 그의 장례식이 '국가장'도, '국민장'도 아닌 '육군장'으로 거행되고 있다. 장지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 아닌 대전 현충원이다. 식민지 시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 부친을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한 청년 백선엽이 만주군에 가서 일했던 짧은 기간이 '친일'로 비판받고 있다. 공과(功過)는 구별돼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생의 공적이 허물을 다 덮는 것도 옳지 않지만, 일시적 과(過) 때문에 지대한 공(功)이 매장돼선 안 된다. 집권 여당이 백 장군 별세에 대해 이렇다 할 논평 한 줄조차 내지 않은 것에서 옹졸한 역사관을 잘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북도가 나서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과 '왜관지구전적기념관'에 백 장군의 분향소를 설치해 그의 업적을 기리는 등 추모의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와 평화엔 공짜가 없다. 목숨을 걸고 공산주의를 막아낸 백 장군의 업적은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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