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한 죽음 앞에서 머리를 숙이며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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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3   |  발행일 2020-07-13 제14면   |  수정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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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대구 강림초등 교사〉

글을 쓰려고 앉아 있는데, 써야 할 글이 많은데, 더구나 교육 관련 지면에 써야 하는데, 한 죽음 앞에서 다른 글을 쓸 수가 없다. 당장 눈앞의 일을 두고 멀리 내다보는 글을 쓰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되지 않는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처럼 일어나고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구름은 본디 아무런 실체가 없으니 삶과 죽음도 이와 같으니라'는 말을 묵상한다. 인생은 한 조각 구름이라 하지만, 장마와 태풍, 폭염을 걱정해야 할 계절엔 바람과 구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흩어져 사라지고 보이지 않은 듯하지만, 이내 먹구름이 되고 폭우와 폭풍으로 온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라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람이 그물에 걸리진 않아도 그물을 출렁거리게 만들고 심하면 바람이 날려 보낸 온갖 것들이 그물을 찢어놓을 것이다.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지만 물이 끌어 온 작은 나뭇가지와 잎이 물길을 막아 다리를 무너뜨린다. 이 또한 허상이다. 이렇게 따지고 들면 인간의 삶을 그 무엇으로도 비유할 수가 없다. 인간은 참으로 복잡하고 기기묘묘할 뿐이다. 주변에 아무리 찾아봐도 참 잘살고 있구나, 참 행복하구나, 참 존경스럽구나 싶은 사람도 온전하지 않다. 온전하다는 사람이 있어 보여도 그는 실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행복하다가도 참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인간미가 있다는 말은 불완전하다는 말일 것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람 사는 세상도 그저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 이웃이 되어 서로 돕고 용서하고 격려하고 지지하면서 험한 세상사 고단한 인생여정을 마무리하고 한 줌 흙이든 무엇이든 물질로 돌아가자는 것 아닌가? 가는 곳이 하늘나라면 더 좋다. 내가 날마다 기도하는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하느님나라도 이 정도 아니겠는가?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있고,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면서 나의 잘못과 허물과 죄를 용서받기를 바라고 더는 악에 빠지지 않고 살려고 애쓰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며칠 전 나는 혼자서 교육한계선언을 했다. 교육, 교사, 스승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거룩하게 여기다가 된통 내가 죽을 지경이 되고 나서 나는 교사의 길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내가 먼저 포기했더니 그제야 화가 사라졌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방하착(놓아라, 하심 하라, 집착하지 마라)이 이런 것인가 싶다. 학교는 가르치는 교사도 다 알지 못하고, 아는 대로 그렇게 살지도 않으면서 수많은 성취기준으로 정해두고 그걸 다 가르치려 하고, 아이들은 왜 또 그걸 배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밥줄이 걸려있으니 나는 또 별수 없이 그냥 가르치느라 머리가 아프고 몸이 뻣뻣해져도 하던 대로 할 것이다. 인생이란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이다.

아흔아홉 가지를 잘해도 한 가지만 잘못해도 순식간에 비난을 받게 되는 게 세상사이다. 그 한 가지가 누구에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전부일 수도 있겠지만, 다들 지나치게 그 무엇에 인생을 걸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결사투쟁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보고 아니면 말고, 지금 아니면 또 다음에 기회가 오겠지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인생을 걸고 사는 게 있겠지만 그 또한 그의 삶이다. 세상의 이치는 다 때가 있고 곧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 또 내가 살아가는 동안 되면 좋고 안 되면 또 어떤가? 삶과 죽음은 한순간일 뿐이다. 어떤 삶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고 어떤 죽음도 조롱받거나 멸시되어서는 안 된다. 다들 죽음 앞에선 머리를 숙이고 그의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빌어주어야 한다. 더구나 그의 존재로 인연을 맺고, 고마움이 한 줌이라도 있으면 더 그래야 한다. 심판은 이제 서방정토나 하늘나라의 몫이다. 오늘 이제 막 이승을 떠나는 박원순, 나 같은 인간에 비하면 몇백 배 잘 사시다 가셨다.

임성무〈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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