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이번에도 아닐 세(稅)'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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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4   |  발행일 2020-07-14 제26면   |  수정 2020-07-14
경거망동하는 부동산 정책
융통성 없는 규제의 집합체
오히려 실수요자만 옥죄어
증세해도 버티면 집값 상승
일관성 유지할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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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파트 한 채 아꼈다가 제대로 뿔난 민심에 금세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쳐 송구하다'며 입장을 표하고 이어 교통 좋고 꽤 비싼, 그리고 계속 비싸지고 있는 그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잇따라 어떤 의원이 몇 채의 집을 어디에 갖고 있는지, 누구 집이 몇 년 사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에 대한 정보를 굳이 찾지 않아도 언론들이 앞다투어 눈앞에 턱턱 내놓기 시작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때려잡겠다 하고 민심은 들끓는 가운데 이들은 과연 정치를 할까. 집을 남길까. 애초 국민의 눈높이와 다르셨던 분들이니 아마 또 엄청난 노련미로 둘 다 가지실 듯함에 의심이 없다.

부동산에 대해 하나도 공부한 적 없는 비전문가가 봐도 이번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확연한 문제점 몇 가지가 바로 보인다.

첫째, 정책계의 경거망동(輕擧妄動). 빠른 해결을 위한 즉각 조치에는 공감하나 숙련되고 종합적이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발표돼야 할 정책들은 '22번째'라는 놀라운 숫자의 신화만 창조했다. 정부가 자칭 역대급이라 표했던 '21번째'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도중에 '22번째'가 발표되니, 이 글을 빨리 써야겠다. 쓰는 도중에 23번째가 나올지도 모른다.

둘째, 규제계의 각주구검(刻舟求劍). 분명 부동산 투기업자를 포함한 다주택자를 잡겠다고 규제들을 내놓았는데 오히려 다수의 실수요자를 옥죄었다. 근시안적 접근에 엉뚱했고 융통성 없는 규제의 집합체를 내어놓았다. 오죽하면 세법을 업으로 삼는 세무사 중 일부는 누더기 세법에 자칫 잘못 처리해 낭패라도 볼까 '양도소득세는 취급하지 않습니다'라는 선언을 할까.

셋째, 본보기여야 할 고위공직자들의 동상이몽(同床異夢). '국민들이여 팔아라. 나는 팔지 않을 터이니' 하고 굳히기 들어가신 분들은 가만히 앉으셔서 평범한 청년 20~30년 월급은 그저 버셨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아마 남은 인생 종처럼 일해도 손에 만질 수 없는 금액도 있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든다.

이번 22번째는 취득세·보유세·양도세 인상이 핵심이었다. 다주택자들 잡겠다고 마련해놓은 이 정책. 글쎄다. 집이 있건 없건 즐겁지 않을 것 같다. 어렵게 마련한 집도 증세를 피할 순 없다. 그렇다고 무주택자는 희망적이냐. 아니다. 갑자기 늘어난 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집주인의 세금납부에 동원될 것이다. 그렇다고 집을 사기에도 대출해야 할 금액이 만만찮을뿐더러 부담해야 할 금액이 가히 녹록지 않다. 한마디로 세금 카드는 한계가 있다. 세금 증폭에 대해서도 '있는 자'들이 자금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고 '버티기' 하는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은 고요히 상승할 것이다. 서민이 '옳거니'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다음 정책은 일관된 방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각적 방안이 치밀하게 강구된 후 발표해야 한다.

더불어 시장의 원리에 의거, 수요 대비 공급을 확대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교통을 포함한 생활 인프라가 백지인 곳에 무분별한 주택을 계획하며 주택 공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정부의 생색은 사양한다. 지금의 집은 사는 곳, 그 이상의 계급표출. 즉 '어디 사세요'가 예전의 '너거 아버지 뭐 하시노' 되기 딱 좋은 불균형의 표본으로 상징화됐다. '좋은 지역의 좋은 집'을 충분히 제공해 집이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닌, 사람들이 생활하는 안락한 보금자리로서 보다 본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이 나오길 갈망한다.
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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