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로버트 벤튼) '결혼 이야기' (노아 바움백)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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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31   |  발행일 2020-07-31 제39면   |  수정 2020-07-31
이혼 이야기에 녹여낸 남자들의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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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우연찮게 1979년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보다가 2019년의 '결혼 이야기'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이란 세월의 차이가 있어 감각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매우 비슷하다. 한마디로 '잘 나가던 남자가 이혼당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작가 겸 감독 로버트 벤튼이 연출하여 아카데미 작품·감독·각색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쓴 명작이다. 더스틴 호프만이 남우주연상을, 메릴 스트립이 여우조연상을 받은 만큼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한 '결혼 이야기'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도 각각 남녀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준 로라 던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두 작품 모두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고루 받은 수작이다.

이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혼'을 다루는 이야기지만 한편으로 남자들의 성장담으로 읽힌다. 가정은 뒷전이고 일이 우선이던 이기적인 남자가 아내의 이혼 통보에 좌절을 겪으며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다. 미숙했던 남자가 깨달음 속에서 성장하고 용서를 구해 재결합하는 해피엔딩이면 얼마나 좋을까만 영화는 냉정하다. 그리고 몹시 현실적이다. 사랑하며 살아야 할 가족이 싸우며 서로에게 상처 주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마냥 심각하지만은 않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밝고 상쾌한 음악(비발디의 만돌린협주곡 C장조 1악장)을 배경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나간다. 배우들의 명연기와 감독의 세련된 연출이 영화 보는 즐거움을 안긴다. '결혼 이야기' 역시 마냥 무겁지만 않게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연출했다. 이혼의 아픈 과정을 지나는 주인공들을 연민을 가지고 바라보게 한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도 사랑스럽다.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두 주인공이 각각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힘든 과정을 통과해가며 그래도 살만하다고 여전히 삶은 소중한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치 '이혼'과 같은 재난상황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것 같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담담히 살아내야 한다고. 그래서 두 영화 모두 단지 '이혼 이야기'가 아니라 미숙한 사람들이 아픔을 겪으며 성숙해가는 이야기로 읽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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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스캇 펙은 "우리가 성장하게 되는 것은 고통과 위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고통이나 위기를 겪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인생은 때때로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위기와 고통을 안긴다. 정신과 의사인 그는 힘든 상황에서 되새겨 볼 중요한 말 한마디를 알려준다. "나도 괜찮지 않고, 당신도 괜찮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결혼 이야기'의 끝 무렵, 아담 드라이버가 부르는 'Being alive'(뮤지컬 '컴퍼니' 삽입곡)가 그렇게 괜찮다고 말한다. 또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 더스틴 호프만의 능숙해진 요리솜씨가 "어쨌든 다 괜찮아져"라고 우리에게 말해준다.
김은경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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