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지 1년 만에 문과 장원급제 믿기지 않아요"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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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5   |  발행일 2020-07-15 제13면   |  수정 2020-07-15
도동서원서 과거제 재현행사
외국인 유학생 응웬쑤언히우씨
"한자 한자 최선 다해 적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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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대구 도동서원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 대상 과거제 재현 행사에서 문과 장원급제자 응웬쑤언히우씨가 시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이제 1년 됐어요. 제가 문과에 장원급제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너무너무 좋아요." 지난 11일 대구시 달성군 도동서원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 대상 과거제 재현행사에서 문과 장원의 영예를 차지한 응웬쑤언히우(22·베트남)씨의 말이다.

이날 행사는 도동서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문화재청과 <사>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에서 주최한 기념행사다. 문과·무과로 나눠 실시된 과거제 재현에는 50여명의 대구 소재 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응시했다.

문과 시험은 주최 측에서 제시한 한글 시제를 붓글씨로 그대로 옮겨 적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제는 도동서원에 제향된 한훤당 김굉필 선생의 업적과 도동서원의 유래와 가치를 담은 214자 한글 문장이었다.

무과는 우리나라 전통 활인 국궁 시험으로 진행됐다. 20m 거리의 과녁을 맞히는 무과시험장에서는 문과시험장과는 달리 시험시간 내내 응시생과 관람객의 탄성과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1시간 정도 진행된 무과에서는 경북대 대학원 수학과에 재학 중인 나이지리아 유학생 토이바아지몰라 무스타파(여)씨가 장원급제의 영광을 차지했다.

무과 심사위원을 맡은 김모씨는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젊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3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특강, 축하공연과 함께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의식 재현행사가 함께 진행됐다. 경상감사 부임행차와 급제자 삼일유가가 그것이다. 경상감사 부임행차는 임금의 명을 받든 감사가 한양을 출발해 임지인 감영에 부임하는 절차이며, 삼일유가는 과거급제자가 3일간 풍악을 울리며 시가를 돌던 의식이다. 이날은 문과 장원급제자 응웬씨가 장원급제 증서인 홍패를 들고 가마를 타는 식으로 유가를 재현했다.

한국에 온 지 이제 1년 됐다는 응웬씨는 우리말이 아직 많이 서툴렀다. 하지만 그가 제출한 답안지를 본 심사위원들은 우리나라 사람의 필체를 능가할 정도로 글씨를 잘 썼다고 입을 모았다. 응웬씨는 "무더운 날씨에 도포를 걸치고 머리에 유건까지 쓴 탓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지만 답안을 작성할 때만큼은 한 자 한 자 최선을 다해 적었다"며 "친구들은 물론이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도 이 소식을 빨리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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