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TK 대통합 가능한가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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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4   |  발행일 2020-07-14 제26면   |  수정 2020-07-14
40년간 별거해 온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 의식도 분리돼
대구 손해라는 의견 많지만
정치 리더들이 비전 제시해
성장 멈춘 지방경제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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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윤 중부지역본부장

2008년 6월8일, 경북도는 도청 이전지를 발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북의 새 도읍지 선정이 마무리된 것이었다. 당시 도청을 출입했던 필자도 발표 현장에 있었는데, 아직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사안의 중대성과 현장에서 느껴졌던 긴장감 때문이리라. 도청 이전지가 정해지자 경북도는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인구 10만 규모 자족도시 조성'이라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 역시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하지만 그즈음 필자는 다소 결이 다른 기사를 썼다. 3회 분량의 시리즈물로, 비판적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핵심은 통합의 시대 흐름과 맞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도청 이전의 낙관적 측면에만 매몰되지 말고 대구경북(TK)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전반적으로 짚어보자는 취지였다. 윗선의 오더가 있긴 했지만 당시 필자 스스로도 다뤄볼 만한 주제라고 여겼다. 하지만 도청 간부들에게는 괜한 어깃장으로 보였는지 한동안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10년도 훨씬 지난 일을 새삼 끄집어낸 건 요즘 TK행정통합론이 활발하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화두를 던지고, 권영진 대구시장이 화답하면서 공론화가 시작됐다. 이후 관련 기관의 준비와 연구가 빠르게 진행돼 지난 5월 청사진이 나왔다. 골자는 TK를 10년 후 '1도 32개 시·군·구' 체제를 갖춘 인구 500만 규모 국제자립도시로 만든다는 것. 이를 위해 2022년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켜 화학적 결합에 필요한 과도기를 거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통합 업무를 총괄할 추진위원회도 이미 활동에 들어갔다. TK행정통합 이슈의 전방위 확산이 예고된 셈이다.

하지만 깨기는 쉬워도 다시 붙이기는 어려운 게 세상 이치 아니던가. TK 역시 그렇다. 아무리 한뿌리라고 해도 40년간 별거 생활에 익숙해진 터에 재결합이 쉬울 리 없다. 무엇보다 도청 이전 이후 주민 의식 자체가 더욱 분리된 게 문제다. 본인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타 지역과의 통합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대구지역 공무원과 시민 중에 '대구만 손해'라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대구가 광역시 지위를 잃고 예전처럼 경북에 예속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쩌면 행정통합의 성패가 이 대목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주민 사이에 퍼져 있는 불신과 오해, 피해의식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TK가 뭉쳐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지방소멸 위기가 이미 눈앞에 닥치지 않았는가. 알다시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방은 성장을 멈춘 지 오래다. 지방경제와 인구는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어 이미 영양실조 상태다. 그중에서도 TK가 바닥권이다. 중앙정부가 짜놓은 허울뿐인 균형발전의 틀로는 작금의 난국을 타개할 길이 없음이 명백해졌다. TK 스스로가 생존과 발전을 담보할 패러다임의 대변혁을 시도할 절박한 시점이 된 것이다. 하지만 TK가 한 몸이 되지 않고선 그만한 추동력을 확보할 다른 방법은 없다.

대구 취수원 이전, 통합신공항 건설 등 난마처럼 얽힌 현안 사업들도 지역통합의 필요성을 체감케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편으론 통합에 암초가 될 수도 있음이다. 이런 사례들이 TK의 사업 추진력과 갈등 해결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겉도는 현안사업에 대한 주민의 실망과 불신이 통합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를 극복하려면 지역 정치리더들부터 환골탈태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TK대통합의 대업을 이룰 만한 비전과 역량, 사명감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깨어있는 많은 주민도 TK의 미래를 좌우할 담대한 도전에 기꺼이 동참하지 않을까.
허석윤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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