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버려진 마스크를 보며

  • 천윤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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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5   |  발행일 2020-07-15 제13면   |  수정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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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면 자전거를 타고 나선다. 코로나19로 휴강에 들어가면서 느슨해진 시간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대구 수성구 매호천을 지나 남천을 타고 오르면 곧 경산이다. 대구와 경산의 시 경계를 넘나든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쓰고 걷는다. 운동하러 나온 사람도 많고, 낚시하는 사람도 있다.

아침 공기가 기분 좋게 볼에 와닿는다. 매일 같은 길을 오가도 그날그날의 모습은 늘 새롭다.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이다. 멀리 보이는 산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수묵의 산수화 그림에서 연한 색감이 살아나면서 수묵담채화로, 다시 수채화가 된다.

강변엔 유채꽃이 만발했다가 금계국으로 바뀌고 어느새 보라색 갈퀴와 개망초가 점령하기도 한다. 물오리떼가 노니는 강에 왜가리가 정물처럼 서 있다. 잔잔한 수면엔 아침 햇살을 받아 은빛 윤슬이 반짝인다. 초록과 노랑 물감을 적당하게 풀어 찍어 놓은 강 풍경은 모네의 그림 속 정원 같다. 어릴 적 자연에서 뛰놀며 자란 이후 어른이 되고서는 언제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었는지 아득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고장을 공격해 오고부터 날짜와 요일은 잊어버렸다. 어떤 꽃이 피기 시작했는지, 초록빛이 얼마나 짙어졌는지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숫자는 확진자의 이름을 대신하는 번호와 그날 얼마만큼의 확진자가 발생했는가를 알려주는 기호다. 숫자가 불어나면 두려움도 비례해서 커진다. 물에 비친 내 모습,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가린 얼굴은 영락없는 도둑이다. 화들짝 놀란다.

자연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준다. 지난 수개월 동안 자연이 주는 위안이 없었다면 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산책하러 나갔다가 자주 기분이 상하게 된다. 산책로 벤치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 때문이다. 종이컵, 빈 병, 깡통, 신문지, 담배꽁초, 간밤에 이곳에서 휴식을 즐기다 간 사람들의 흔적이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반려견이 싸놓고 간 변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그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이 버려진 마스크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몇 시간씩 줄을 서서 어렵게 구입하던 때가 그리 오랜 기억이 아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덴탈마스크, 비말차단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요즘은 구입하기도 한결 쉬워졌다. 인터넷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그러면서 쉽게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며 귀한 대접을 받는 마스크가 쓰고 난 후에는 아무렇게나 버려져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어렵게 KF94 마스크를 구입하고 사용할 때는 한 번 더 사용하기 위해 챙기던 마스크가 이제는 너무 쉽게 거리에 버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대구시민의 품격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마스크로 인해 손상되지 않기를 바란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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